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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랑의 스튜디오' 4일 막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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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인 MBC '사랑의 스튜디오'가 오는 4일 막을 내린다. 1994년 10월 첫 방영된 지 7년 만이다.

문은 닫아도 기록은 남는다. 그간 2천8백여명이 출연해 47쌍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와 비슷한 일본 프로그램이 7년 동안 7쌍의 커플을 탄생시킨 것에 비하면 성사율이 매우 높다. 그만큼 만남의 장이 밀도가 있었다는 얘기다.

'사랑의 스튜디오'의 장점은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다. 대본에 맞춰 인형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만난 남녀 사이에 흐르는 특유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7년간 변함없이 진행을 맡아온 MC 임성훈의 구수한 진행도 프로의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검증된 출연자들이 나왔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 섭외는 엄격하고 치밀하기로 소문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 인사부장의 협조를 얻어 사내에서 네명의 대표를 선발한 뒤 다시 몇 차례 면접을 거쳐 최종 출연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전성기 때는 출연 신청이 밀려들어 '골라 잡는' 재미가 톡톡했다. 신청 후 6개월 정도 기다리는 건 보통이었다. 신생 벤처 회사들은 회사 이름을 알리기 위해 사운을 걸고 소속 직원들의 등을 떼밀었다.

요즘은 제작진이 직접 괜찮은 후보들을 찾아 나선다. 주변에서 "누구 누구 괜찮더라"는 입소문을 들으면 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여의도 주변의 호프집은 방송 작가들이 후보 물색 때 자주 이용하는 무대다.

프로그램 특성상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영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에는 제작진의 전화에 불이 난다. 출연자 중 누가 괜찮았는데 연결이 안됐으니 어떻게 사귈 방법이 없을까, 하는 식이다.

7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사연도 첩첩이 쌓였다.

남자 출연자들은 출연 후 대부분 소속 회사에서 점수를 따 진급에 유리했다고 한다.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아서다. 또 네번이나 연속 패자 부활전에 출연하고도 끝내 짝을 찾는 데 실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시나 해서 나왔다가 실제 결혼에 골인한 노총각.노처녀도 있다.

출연자가 갑자기 펑크를 내 방송 작가가 대신 출연했던 때를 떠올리면 제작진은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동안 47쌍의 결혼을 성사시킨 '사랑의 스튜디오'팀. 이젠 그들만의 연애 노하우가 생기지 않았을까. 이 프로를 기획했던 최영근 총괄 PD는 "남녀의 선택 기준을 지극히 단순화한다면 여자는 유머러스한 남자를,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평범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최근 MBC 홈페이지에는 "장수 프로그램인데 시청률 때문에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다른 포맷으로라도 청춘 남녀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사랑의 스튜디오'에 대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짐작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요구가 있는 한 ''사랑의 스튜디오'는 언젠가 새 모습으로 안방을 찾을 것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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