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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여가수역 오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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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배우에게 극중의 연기보다 노래 솜씨가 더 좋았다면 분명 실례일 것이다. 그런데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지혜(33)에겐 이런 결례를 무릅쓸 만하다. 3류 밴드의 애달픔을 그린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피날레에서 그가 뽑아대는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서 오지혜는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노래를 듣고 소주가 먹고 싶어졌다"부터 "저 배우, 정말 부른 거야□"까지 갖은 반응이 쏟아졌다.

연극 '따라지의 향연'으로 데뷔한 그의 연기 경력은 어느덧 10년. 영화.연극계에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마당발에 신인 배우들을 지도하는 실력파지만 조각형 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화.방송에선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넉 달된 딸아이를 업고 나왔다.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 그럼에도 눈치 하나 보지 않고 배우로서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히는 자신감이 보기 좋았다.

"30대 여배우가 영화판을 버텨나가기란 정말 힘들어요.송강호.유오성.설경구 등 요즘 뜨는 남자 배우들을 보세요. 절대 미남과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자 배우는 왜 그럴까요. 여권신장, 영화계에선 멀고도 멀었어요."

그는 지난 세월을 '잘린 10년'으로 표현했다. 실무진이 캐스팅을 제안해도 윗선에서'얼굴' 때문에 숱하게 거부됐다는 것. 단역이나마 '태백산맥''초록물고기''아름다운 시절'등 여섯 편의 영화에 나오고, '지하철 1호선''개똥이''비언소'등 뮤지컬.연극무대를 휘저었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다소 의외다.

"20대의 주머니를 노리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는 풍토가 문제겠지요. 엄마 역 맡기엔 젊고,딸 하기엔 늙고, 30대 여배우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그리고 이젠 관객도 정말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나비''고양이를 부탁해'등 좋은 영화들이 활기차게 나왔지만 단숨에 사라졌잖아요. 기획영화 편식증이 한국 영화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그는 혹시라도 자기 말이 신세타령으로 들리지 않기를 당부했다. 한국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 관객의 작은 소망이라는 것.어릴 적 꿈을 찾아 야채장사를 포기하고 무대에 서는 영화 속 인희처럼 그 자신은 하고 싶은 일 하기에 불평할 처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편은 '텔미썸딩' 조감독을 거쳐 현재 데뷔를 준비 중인 이영은(30)씨."훗날 신랑 작품에서 주연 한번 해보라"고 하자 "아마 제작자 선에서 또 잘릴 것"이라며 웃는다."이런 줄 알았으면 제작자와 결혼하는 건데…"라는 농담이 재치있다.중견 배우 오현경.윤소정씨 부부의 딸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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