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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기름유출·화산재 … 육·해·공서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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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미국·유럽 등 지구촌 곳곳이 환경 재앙으로 몸살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8일 쏟아진 폭우로 홍수가 난 중국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 멕시코만에서 유출된 기름이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벽이 설치된 미국 앨라배마주 도핀 섬, 다시 화산재를 뿜어내는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장시성 등 중국 남부에선 이날 폭우로 약 25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신화통신·AFP·AP=연합뉴스]

지구촌이 잇따른 환경 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화산재를 뿜어내 유럽의 하늘길을 막았던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6일 다시 분출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난 주말 유럽 항공편이 대거 취소됐다. 화산재가 계속 퍼질 경우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포르투갈 방문과 프랑스 칸 영화제 개막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현장에선 파이프에 생긴 기름 유출 구멍에 뚜껑을 덮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폭발 위험이 큰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사고 구조물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만의 가뭄으로 최악의 식수난을 겪었던 중국 남부 지방엔 홍수가 닥쳐 25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시아와 유럽·미주에 걸쳐, 하늘과 땅·바다를 망라해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럽 남부 공항 릴레이 결항=화산재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남부 국가의 주요 공항에서 결항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스페인은 8일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20개 공항을 폐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운항이 취소된 항공편은 900편에 이른다. 포르투갈도 리스본 등을 오가는 노선 137편을 취소했다. 리스본은 나흘 일정으로 포르투갈을 방문할 예정인 교황이 11일 첫 도착하는 도시다.

일부 화산재는 스위스·이탈리아를 거쳐 9일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 상공까지 도달했다. 이로 인해 북부 이탈리아의 공항들이 대부분 폐쇄됐다. 프랑스에선 이날 파리·니스·리옹·보르도와 유럽 남부 도시를 오가는 항공기 70여 편이 결항됐다. 니스 공항은 12일 국제 영화제가 개막하는 칸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이다. 영화제 운영위 측은 “개막식 전까진 항공 사정이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 위험으로 구멍 봉쇄 차질=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낸 영국 석유회사 BP는 7일 원유가 새고 있는 세 곳 중 가장 큰 구멍 위에 4층 건물 높이의 뚜껑을 덮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구조물 안에 가득 차 작업을 중단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깊은 바다 밑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물이 엉겨 수정처럼 고체로 변한 물질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다만 상온에선 인화성 메탄가스로 기화해 자칫 대형 폭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애초 멕시코만 석유 시추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한 것도 가스 하이드레이트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BP의 최고 운영책임자인 더그 셔틀스는 8일 “해저 원유 유출 지점에 설치하던 오염방지 돔을 일단 옆으로 옮겨놓고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나 다른 기술적 대안을 마련 중”이라며 “아직은 이번 시도가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BP 측은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생기지 않도록 뜨거운 물이나 에탄올을 뚜껑 안에 주입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방안이 여의치 않으면 사고 현장에 진흙과 시멘트를 부어 아예 유정을 봉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홍수로 가옥 1만 채 유실=홍콩 문회보(文匯報)는 지난 주말 쓰촨(四川)·구이저우(貴州)·후난(湖南)·광둥(廣東)·장시(江西)성 등 중국 남부 지역에 폭풍우가 몰아쳐 65명 이상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고 9일 전했다. 시간당 100㎜ 이상 내린 폭우로 약 25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무너진 가옥만 9900채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충칭(重慶)시에 피해가 집중됐다. 장시성과 후난성에는 앞으로 며칠간 폭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중국 기상청이 밝혀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후난성 신화(新化)현은 하루 강수량이 500년 만의 최대였다고 한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신화현의 ‘쯔췌제(紫鵲界) 계단식 논’ 3만무(畝·1畝=666.7㎡) 가운데 5000무가 유실됐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물폭탄’으로 1950~60년대 지어진 이 지역의 수천 개 댐과 보에 금이 가고 물이 새고 있어 대규모 홍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뉴욕·홍콩=정경민·정용환 특파원 서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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