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무례한 중국 인권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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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거울아, 거울아. 세계의 공장은 도대체 어디니." "중국이라 아뢰옵니다."

1년 전 일본의 경제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중국의 발전상을 '세계의 공장'에 견줘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잡지는 최근 다시 중국 경제를 다루면서 중국을 비상(飛翔)하는 용으로, 일본을 난파선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1년 전 특집에 하나의 오산이 있었다"고 했다. 너무도 빠른 변화 속도를 내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 16일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취재차 처음 푸둥(浦東)에 들렀을 때 이같은 '실토'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열강의 식민지 시절 '중국인과 개는 들어오지 못함'이라는 팻말이 적혀 있어 마오쩌둥(毛澤東)을 분개시켰던 프랑스 조계(租界)부근은 서울 중심가보다 서구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발전의 뒤안길에서 중국은 실업.관료 부패, 특히 범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헤이룽장(黑龍江)성이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를 사형집행한 것은 영국의 아편 밀수에 맞서 싸우다 서구에 짓밟혔던 역사적 경험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형집행 사실마저 알려주지 않은 것은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둔 국가로서 취할 도리는 아니었다고 본다. 미국의 인권 공세에 맞서 '미국 인권 기록'을 내는 것과도,국제표준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사형 선고가 내다보이는 신씨 검거를 통보받고도 자국민 보호에 뒷짐을 졌던 우리 외교 당국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지적이다. 중국이 마약문제를 얼마나 철저하게 다루는지를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알았는데도 신씨가 검거된 후 4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사형집행을 통보받은 것이라면 또다른 유형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행정 보고체제가 복잡하고 워낙 민원들이 많아 우리 외교관들이 웬만해선 영사업무를 맡지 않으려고 할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일은 '어느 선'을 넘은 것 같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해 양국민 1백50만명이 국경을 들락거려 갖은 일이 벌어지는 만큼 양국은 국제 표준에 맞는 영사협력 관계를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이번 사건의 교훈이다

오영환 통일외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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