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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색욕 돋우는 불길한 음식, 한때 누명 뒤집어 썼던 토마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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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음식에 얽힌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열 손가락을 넘는다.

그 중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악마의 정원에서』(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생각의 나무, 422쪽, 1만5000원)는 종교적 혹은 사회적 이유로 금기시 되었던 음식 이야기를 담았다. 토마토가 색욕을 돋운다고 여겨져 19세기까지 악령이 깃든 불길한 음식 취급을 받았다든가 콩이 한때 귀신들린 식품으로 간주되었다는, 지금으로선 생각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진정한 미식가란 정복자만큼이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란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의 말이다. 당시 귀족들은 짐승을 때려 죽이면 고기가 연해진다고 믿어 요리사들에게 이런 도살법을 권장했단다. 이 정도는 약과다. 고기를 달콤하고 부드러워지게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돼지의 몸안에 시뻘겋게 달군 쇠를 집어넣었단다. 색욕·폭식·오만 등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에 따라 동서양 음식이야기를 분류했는데 케첩이 원래 중국에서 유래했다든가, 침팬지 요리가 에이즈를 불렀다는 등 흥미진진한 화제가 수두룩하다.

한국의 기자가 쓴 『음식 잡학 사전』(윤덕노 지음, 북로드, 344쪽, 1만원) 역시 음식의 유래나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엮었는데 동양 음식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다룬 점이 미덕이다. 냄새만으로 스님이 절담을 넘게 만들었다는 ‘불도장’, 청 나라 강희제가 “천하제일 요리”라 했다는 ‘누룽지탕’,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떡 송편 등 군침돌게 하는 아이템이 많다. 그 중 일본어로 ‘사시미(刺身)’라 하는 생선회 이야기를 보자. 사시미란 이름이 ‘찌르다(さす)’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요릿상에 오른 생선회의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 요리사가 작은 표지를 꽂은 데서 온 것이란다.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케네스 벤디너 지음, 남경태 옮김, 예담, 327쪽, 1만8000원)는 조금 진지한 책이다. 미국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가 르네상스 이후 유럽과 미국의 음식 그림을 미학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사적으로 풀어낸 덕분이다. 렘브란트에서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까지 다양한 그림에 담긴 과일, 음식은 물론 식습관 계급 차이 등을 분석했다. 이를테면 19세기 그림에서 순무는 가난을 상징했다는 것을 짚어내는 식이다.

이밖에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재료 1001』(프랜시스 케이스 엮음, 박누리 옮김, 마로니에북스, 960쪽, 4만3000원)은 읽는 맛은 떨어지지만 평소 접하기 힘든 음식들을 만날 수 있어 적어도 미식가들의 눈을 즐겁게 할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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