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공포' 결국 백악관까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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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악관마저 탄저균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일까. 탄저균 테러 공포가 시작된 지 20일째인 지난 23일 백악관 인근 우편물 취급소에서도 탄저균이 발견됨으로써 '미국의 심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탄저균이 주요 언론사와 의회.백악관으로 이동하며 순차적으로 발견됐고, 전문가가 아니면 배양하기 어려운 극미세 탄저균 포자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전문 테러집단이 주도면밀하게 기획한 바이오 테러라는 심증이 점점 굳어가고 있다.

◇ 백악관마저 '공격' 대상=탄저균 테러범들은 미국의 언론.정치 중심지를 노렸다.

플로리다주 언론사에서 시작된 탄저균 테러 공포는 짧은 시간에 NBC 등 뉴욕의 3개 방송사→워싱턴 DC의 의회→백악관 등 미 심장부를 겨냥하며 미 전역에 패닉 상태에 버금가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이 표적이 됐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지만 수사당국은 배후에 대한 단서조자 잡지 못하고 있어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극미세 탄저균 가루를 이용한 동시다발 테러를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언론사에서 백악관까지 순차적으로 테러 공포를 조성하는 등 심리전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우편물 도착 날짜까지 치밀하게 조절하는 것 등으로 미루어 테러범들이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오랜 준비과정을 거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 알 카에다 소행인가=미 정부는 탄저균 테러의 배후에 빈 라덴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탄저균 편지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발송했는지,탄저균이 어디서 배양됐는지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동일한 집단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테러라는 정황증거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 내 사회불만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전문가들만이 만들 수 있는 극미세 탄저균 가루를 사용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 테러범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에 더 무게가 두어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특히 2명의 우체국 직원이 탄저균에 감염됐던 뉴저지주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범들의 근거지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수사 중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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