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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국내개봉 발목잡는 '영진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1백% 한국 자본을 들여 외국에서 만든 영화는 합작영화일까 외화일까. 답은 어느쪽도 아니라는 거다.

디지털네가(대표 조성규)는 최근 '라스트 씬'이라는 영화를 완성했다. 제작비 10억원을 전액 투자해 일본에서 만들었다. 감독은 '링'으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디지털네가는 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에 심의를 의뢰했다. 합작으로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라스트 씬'이 합작영화가 아니라는 것. 현행 영화진흥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액 투자를 했더라도 주.조연급 배우가 한국인이 아니거나 한국 감독이 연출을 맡지 않을 경우 외국 영화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절차를 거쳐야 국내 상영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100% 한국 자본이라고 해서 합작영화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라스트 씬'이 수입 추천조차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수입추천을 받으려면 수입가격.계약관계 등이 적힌 수입약정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라스트 씬'의 경우 수입 상대가 없는 상태라 이런 서류가 원천적으로 없는 것이다. 결국 현행 법의 맹점으로 인해 '라스트 씬'은 국내 개봉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디지털네가측은 "합작영화는 고사하고 수입영화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현행법대로 이 영화를 분류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합작과 관련된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국회에 제출한 영화진흥법 개정안이 아직도 계류 중이어서 하위법은 손도 못대는 형편"이라고 하소연 했다.

프랑스.캐나다 등은 공동제작한 영화에 대해 자국 영화로 인정해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합작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에서 제2, 제3의 '국적 불명'영화가 나오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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