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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총리 서울 체류 7시간30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고이즈미 총리의 서울 체류 7시간30분은 숨가쁘게 진행됐다.

일본 교과서 왜곡 파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은 남쿠릴 열도 꽁치 조업 금지 등으로 냉각된 한.일관계로 그는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국회 방문이 취소되고 국립현충원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시위에도 부닥쳐야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전 8시20분 서울공항 도착 뒤 곧바로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고이즈미 총리는 현충탑에 헌화하고 30초간 묵념을 올렸다.

이어 그는 서대문 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을 방문, 약 30분간 공원 내 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과거사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추모비에 헌화한 뒤 약 15분간 원고없이 마이크를 잡고 과거사에 대해 사죄했으나 '총리라기보다는 한사람의 정치인으로서'란 표현을 썼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방명록에 '사무사'(思無邪.마음 속에 사악함이 없다)라는 논어 구절을 인용해 서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유관순 열사의 투옥과 고문 장면 등을 밀랍인형으로 생생히 재현한 일제의 잔학행위를 진지하게 둘러봤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의 지하 고문실 방문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아 항의를 받았는데, 우리측 실무자들은 "일본측과의 합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월 도쿄(東京)지하철에서 일본인 승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이수현(李秀賢.27)씨 부모를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한 아드님의 용기에 대해 일본인 모두가 감동했다"고 말했다.

당초 李씨 부모 접견 장소는 서울 롯데호텔로 잡혔으나, 시민단체의 시위를 우려해 주한 일본대사관으로 바뀌었다. 청와대에서 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1시50분쯤부터 30분간 정부 중앙청사에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 면담한 뒤 3시50분 귀국길에 올랐다.

오영환.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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