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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티븐 호킹과 케플러의 우주 범선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400년 전인 1610년 4월 19일,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갈릴레이에게 서신을 보낸다. “거센 바람을 버틸 배나 돛이 있다면 텅 빈 우주를 겁 없이 항해할 자가 있다.” 우주에서 혜성의 꼬리가 태양풍에 휘는 현상을 본 뒤 쓴 글이다. 우주에도 바람이 있다니. 그래서 ‘거울 돛으로 태양풍을 받아 움직이는 우주 범선’이라는 상상도가 그려졌다.

그 상상의 현대판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으로 이어졌다. 14만4000명을 우주 범선에 실어 새로운 지구 ‘JW103603’으로 1000년간 항해한다는 내용이다. 케플러-베르나르를 연결하는 우주 범선이 그렇다면 상상과 소설만의 주제인가. ‘천문학은 우주를 항해할 용기 있는 자를 위한 것’이라는 케플러의 명제가 여전히 꿈의 소재일 뿐인가. 아니다.

상상은 400년 동안 힘을 키웠다. 300년 뒤 1873년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은 ‘태양 빛의 광자에 밀고 누르는 힘이 있음’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광자가 우주 범선의 돛을 밀 수 있을 것이다. 또 100년이 흘렀다. 1974년 화성으로 발사된 미국 우주선 ‘마리너-10’엔 더듬이가 달렸다. 태양 방사선의 압력을 고도 조종에 활용하는 비밀 장치였다. 태양 돛 또는 우주 돛의 출발이었다. 10여 년 뒤 우주 범선-우주 돛은 과학 경쟁의 문을 열었다.

인도는 92년 통신위성 INSAT-2A에 태양 돛을 달아 궤도에 올렸다. 93년 러시아는 ‘즈미야-2’라는 20m 크기의 우주 회전 거울을 실험했는데 태양 돛을 달고 있어 우주 범선의 하나로 간주됐다. 우주 범선의 아이디어는 세계로 퍼져 나갔다.

2003년 인도는 INSAT-3A 통신위성에 또 우주 돛을 달았다. 2004년 일본은 준궤도에 장비를 올리는 데 태양 돛을 사용했다. 2005년 1월 미국은 실종되긴 했지만 러시아 발사체로 우주 돛을 단 ‘코스모스-1’을 쐈다. 2008년 코스모스-2 발사를 말했지만 소식이 없다. 그래서 현재 승자는 5월 18일 우주 범선 이카루스를 발사하는 일본이다.

범선은 출발 100일 뒤 시속 1만6000㎞가 되고 더 가속돼 로켓이 7년 걸리는 명왕성을 5년에 간다. 400년이 더 흐르면 행성 간 이동이 비행기로 일본 가는 것쯤 될지 모른다. 영화 아바타처럼 외계 행성을 개척하고 외계인을 만날 수도 있다.

그 우주적 경쟁에서 한국은 어떨까. 우리는 지금 달에 통신위성을 착륙시킬 엔진을 준비한다. 2.8㎏에 21㎝ 앙증맞은 크기. 우주 범선 개발 시대에 아직 초보자다. ‘우주인을 찾지 말라. 그들이 지구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스티븐 호킹의 말이 우주 개발을 주저하게 해선 안 된다. 베르나르는 삼성에 ‘우주 범선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삼성과 한국은 준비하는가. 우주와 미래는 상상하는 자들의 것이다. 우리는 마구 상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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