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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세계 최대 철새 도래지 천수만 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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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철새의 달이다. 매년 300여종 40여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서산 천수만은 세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이름이 높다. 올해도 10월 중순부터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가 어김없이 천수만을 찾아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서산 '천수만 철새 기행전(http://www.seosanbird.com)'은 가족들과 함께 철새의 생태를 공부하면서 멋진 철새의 비행을 볼만한 곳이다.

▶ 10월의 마지막 날 천수만 간척지의 석양 속에서 날개를 쉬고 있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의 모습이 평화롭다. 이들은 번식지인 시베리아와 우수리강 등에서 날아와 우리나라의 서·남해안을 따라 이동해 일본 이즈미에서 겨울을 난다.

기자는 17일 철새 투어에 직접 참가해 봤다. 철새 전문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천수만 일대 35㎞를 둘러 보는 탐조 투어다.약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천수만 논 한복판을 달리던 버스가 갈대로 위장한 호숫가 탐조대 앞에 멈췄다.버스에 내려서자 가이드인 조미희씨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여러분, 저기 100m 전방 간월호에 앉아 있는 고니 옆에 새들 보이죠.저게 바로 천연기념물(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입니다." 모두들 나눠받은 망원경을 급하게 눈에 갖다 댄다.

탐조 투어에서 가장 볼만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노랑부리저어새'라고 한다.말 그대로 둥그런 부리가 노랗다. 부리를 수면에 대고 목을 좌우로 흔들며 전진하면서 먹이를 잡는다.

이밖에 수면에 떠있는 가창오리,청둥오리,혹부리오리, 그리고 기러기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운이 좋으면 황새를 비롯해 호사도요, 흑꼬리도요, 큰고니,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이름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새들을 볼 수 있다.

▶ 가창오리의 군무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천수만을 찾는 탐조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은 수만마리 가창오리의 비행이다.

서산시 환경보호과 박준수씨는 "세계에서 대규모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한반도 밖에 없다"며 "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40만~50만마리가 찾아왔는데 11월 중순부터 절반 정도는 낙동강과 해남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육안으로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해질녘과 새벽녘 두 차례뿐이다.그 시간 이외에는 독수리 등 맹금류가 나타나야 비행에 나선다. 기자가 탐조 투어에 참가한 날은 운이 좋았다.맹금류 한마리의 비행 덕분에 멋들어진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었다.

서산 출신의 가이드 조미희씨는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갯벌이었던 천수만에 방조제를 쌓아 4700여만평에 이르는 널따란 논이 형성된 비사를 들려준다.

"당시 국토 확장과 쌀 자급자족 이라는 박정희 정권의 정책과 중동 건설붐이 끝나고 돌아온 중장비와 남아 도는 인력을 사용해야 할 당시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의 뜻이 맞아 떨어져 시작됐지요.결국 생태계나 경제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유조선까지 가라 앉혀 천혜의 갯벌인 천수만이 논으로 변했습니다."

조씨는 "갯벌을 그대로 뒀다면 오염원을 정화하는 자정 기능 등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논으로 변한 지금보다 7배나 더 된다"는 설명도 곁들인다.그만큼 갯벌은 소중한 자원이라는 얘기다.방조제가 완성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천수만 일대가 철새의 군락지로 변한 것이다.

천수만이 가창오리뿐만 아니라 세계 철새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된 것은 현지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한몫했다.간척지 농민들은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도랑의 갈대도 베지 않고, 논에 물을 대서 무논을 만들고, 추수하면서 낙곡을 남기기도 했다.겨울엔 철새들의 먹이를 위해 일부러 보리도 심는다.드넓은 평야 군데 군데 파란 보리 이삭이 보인다.

◇가창오리는=지난 8월부터 동서 7,000㎞, 남북 3,500㎞인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몽골 대평원을 지나 한국까지 내려온 것이다. 철새들은 천수만을 다녀온 기억으로 항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대로 물려받은 감각에 따라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떠난다고 한다.

힘이 센 수컷이나 암컷들이 앞장을 선다. 맞바람을 헤치며 남으로 방향을 잡다 지치면 다른 새가 바통을 이어받아 선두에 선다. 바람을 타지 못하고 바람에 휩쓸리면 먼지처럼 날아가 버리는 것이 철새의 운명이다.뒤에선 철새는 에너지의 70%만 써도 쫓아갈 수 있다고 한다. 가창오리의 주식은 벼 낟알과 풀씨, 그리고 작은 물고기 등이다.

◇철새 투어=철새 보호를 위해 일반 차량의 출입은 제한한다. 45인승 탐조 전용버스만 천수만 주변 간척지 일대를 운행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한 대씩만 운행(주말에는 2대)하는데 예약은 받지 않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탈 수 있다.따라서 주말에는 정오 이전에 도착해야 마감을 넘기지 않는다.투어권(5000원)을 끊으면 천수만 생태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생태관에서는 천수만을 찾는 철새를 담은 영상과 전 세계에 분포된 앵무새도 볼 수 있다.단체 예약은 주중(월~금)에만 받는다. 문의 (041)669-7744

◇어떻게 가나=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고가도로 아래서 좌회전, 다시 안면도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천수만으로 가는 길이다. 톨게이트부터 15㎞정도다. 홍성IC(좌회전)→40번 국도→광리→96번 국지도→서산A지구방조제→간월도 철새기행전 행사장.

◇먹거리와 볼거리=간월도 부근 당암리 천수만굴밥집(041-675-9005) 등에선 대추.호두.은행.굴 등을 넣어 만든 단백한 굴밥(1인분 8000원)을 맛볼 수 있다.또 서산의 별미인 어리굴젓은 입맛을 돋운다. 1㎏에 1만~1만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탐조 투어를 마치고 천수만에 붙어 있는 작은 암자인 간월암에 가보자.간월(看月)이란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이다. 썰물 때는 뭍이지만 밀물 때는 섬이다. 간월암은 태조 이성계를 도와 한양을 도읍으로 정했다는 무학대사가 수도했던 곳이다. 절 마당에는 근사한 사철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대웅전과 산신각, 기도각 등 3동의 법당이 있다. 암자에 들어서면 마치 선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 바람이 심해 기와를 철사로 묶었다.돌아오는 길에는 홍성읍의 알칼리성 온천인 홍성온천(041-633-6666)에 들러 피로를 풀어도 좋다.

서산=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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