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CEO들이 말하는 ‘글로벌 스타’ 중소기업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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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성필문 스테레오픽쳐스 회장

◆“10년 내다보고 경쟁력 쌓아야”=경기도 용인에 있는 스테레오픽쳐스는 국내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2차원(2D)으로 촬영한 영상을 3차원(3D) 영상으로 변환하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최근 워너 브러더스가 세계 최초의 3D 변환 영화인 ‘캣츠 앤드 독스 2’를 이 회사에 맡긴 것으로 주목받았다.

성필문(46·사진) 회장은 “스테레오픽쳐스는 ‘하루아침에 뜬 회사’가 아니다”고 소개했다. 새 시장이 만들어질 길목을 지켰고 차근차근 준비했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처음 접한 것은 1992년이다. 그때부터 3D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가 2003년 창업했다. 2006년 조지 루커스, 제임스 캐머런 등 유명 감독이 3D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다음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저렴한 제작비와 짧은 제작기간, 다양한 표현력 등을 감안할 때 3D 전환이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미국 영화사들의 3D 전환 테스트에서 2008년 이후 1위를 지키고 있다. 성 회장은 “중소기업이 성공하려면 10년 앞을 내다보고 확실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희 유도실업 회장

◆“오너가 신기술 챙겨라”=일반인에겐 낯선 유도실업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가 넘는 알짜배기 회사다. 주력 상품인 핫러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7%에 이른다. 계열사·해외법인까지 합쳐 지난해 3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30년 전 지인의 사무실 한구석에서 ‘셋방살이’로 창업한 유영희(63·사진) 회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오로지 기술력”이라고 답했다.

핫러너는 플라스틱 대량 생산에 필요한 장비로, 금형 내에서 화학수지가 골고루 공급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회사가 내놓은 ‘2컬러 사출 시스템’은 삼성전자 보르도 TV가 세계 1위에 오르게 한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유 회장은 “영업이나 회계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도 신기술은 오너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제품이 제값을 받는 길은 대기업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인데, 그 비결은 연구개발밖에 없다. 30년 내내 연구개발실을 지켰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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