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JP 은밀한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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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7일 밤 상도동으로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을 은밀히 찾았다.

JP의 측근은 "두 사람이 추석 연휴 중 서로 만나기로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늦은 밤을 약속시간으로 잡은 것은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 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의 만남이 두 사람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날의 극비회동은 정계개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JP는 이날 대전사범 총동창회에 참석한 데 이어 유성에서 자민련 이양희 사무총장.이완구 총무, 이재선.정진석 의원, 홍선기 대전시장, 심대평 충남지사 등과 골프를 쳤다.

한 참석자는 "JP가 기분좋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고 전했다. JP는 대전사범 총동창회 축사에서 DJP공조 붕괴를 의식한 듯 "인성이 무너지고, 고마움을 모르고, 무서움을 모르고, 두려움을 알지 못하는 세태가 안타까운 지금" "연말께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올 것" 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YS측에서도 화답했다.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대전에 있던 이양희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金전대통령이 9일 자민련 전당대회에 내가 참석하도록 지시했다" 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YS와 JP의 이런 행보를 차기 대선과정에서 '반(反)DJ.비(非)이회창' 노선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선 가능성이 큰 제3의 인물을 찾아 'YS.JP 연합' 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1990년 3당합당 때와 같은 정계개편을 통해 제3의 인물을 내세워 확고한 '킹 메이커' 역할을 하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 JP는 지난달 24일 YS를 만났을 때 노란 봉투에 담긴 문건을 건네줬다. "무슨 내용이냐" 는 질문에 JP는 "향후 정국에 관한 내 생각을 구술해 YS에게 문서로 만들어줬다" 고 직접 설명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7일 심야회동에서 YS는 JP에게 그 문건에 적힌 JP의 정국구상에 대한 회답을 주었을 것" 이라고 봤다.

두 사람의 세(勢)확보 움직임도 빨라졌다. JP는 지난 5일 이수성(李壽成)전 총리와 만난 뒤 "앞으로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 이라고 언급했다. 9일 대구 전당대회를 신호탄으로 영남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YS는 물론 자신과 인척(사촌 처제)관계인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YS 역시 지난 4일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서청원(徐淸源).강삼재(姜三載)의원 등 민주계 10여명과 만찬을 같이했다. 차기 대선에서 PK(부산.경남)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이다.

YS의 측근은 "주변에서 김혁규(金爀珪)경남도지사와 같은 인물을 거론하나 YS가 마음에 두는 후보는 없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에 대해선 아직 냉담한 분위기라고 한다.

이양수.전영기.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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