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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베드를 넘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4호 02면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 2’가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개봉했습니다. 5월 7일 개봉되는 미국보다 무려 9일이나 빨랐습니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이란 수식어는 사실 구문입니다. 2007년만 해도 영화 ‘트랜스포머’가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대규모 개봉 이벤트를 벌였죠.
이는 한국 시장이 흥행 여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입니다. 외국 배급사들은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래서 개봉 규모와 일수를 얼마나 하는 게 좋을지 등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기에 한국만 한 곳이 없다고 합니다. 빨리 정보를 얻고 곧바로 의견을 올리는 인터넷·모바일 문화와 영화에 대한 충성도 높은 젊은 관객이 그런 시장을 만든 배경이겠죠.

그럼, 아이들 교육이라면 거의 목숨 거는 한국의 부모들은 어떨까요. 맞습니다. 한국의 어린이책 시장 역시 세계 유수 출판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라네요. 영국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경우 신작 『나와 너』를 지난 4월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동시에 출간했습니다. 올 8월 출간 예정인 존 버닝햄, 헬린 옥슨버리 부부의 첫 공동 작품 『There’s Going to Be a Baby』 역시 한국어판 『동생이 태어날 거야』로 영문판과 동시에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일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는 이 책을 국내에서 40만 부 판 국내 출판사가 아예 영문판까지 제작했다고 합니다. 영미권에 미처 소개되기도 전에 국내에서 그렇게 많이 팔렸다는 얘기죠.

그런 가운데 40여 개국에서 5300만 부가 팔린 미국의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 열두 번째 책이 최근 나왔습니다. 이번엔 특별한 주인공이 새로 등장합니다. 바로 한국 어린이 ‘준’입니다. “작가들이 11권이 나온 뒤 2007년 내한했다가 한국 독자들의 환영에 깊은 인상을 받고 한국 어린이를 위해 준비한 매우 이례적인 깜짝 선물”이라는 게 비룡소 측 설명입니다. 무궁화와 호랑이, 까치를 소개하고, 태극기를 들고 준이를 환영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첫 페이지(사진)를 이제 수많은 세계의 어린이들이 보겠지요? ‘코리아’가 어떤 나라인지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이렇게 하나 둘 사라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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