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중국발 환경오염 압박보다 협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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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중국 당국도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언론에 공개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우리 국토에 내려앉는 아황산가스 가운데 20%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한 국립환경연구원 이석조 대기연구부장의 말이다.

그가 브리핑에서 중국이 연구 결과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 오염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그동안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와 대기오염물질에 무방비 상태였다. 우리 정부는 외교문제 등을 의식해 중국을 향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간혹 국내 민간 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이 그 심각성을 제기했지만 중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 정부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의 정례화와 중국의 사막화 방지 협력을 지렛대로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에 중국과 일본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조사 발표는 1995년 이후 우리 정부의 끈질긴 노력에 따른 결과다. 한.중.일 세 나라가 오염도를 함께 조사하고 측정 자료를 교환한 덕분에 중국도 국립환경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순순히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전력난이 심각한 데다 기름값마저 올라 오염물질을 많이 발생시키는 질 나쁜 석탄 사용을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오염 피해를 배상하라"고 중국 측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협력보다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사무처장은 "중국이 한반도에 환경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이 중국에 피해를 주는 부분도 있다"며 "폐컴퓨터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다. 결국 3국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상호 협력의 틀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