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일제히 추석 민심잡기에 나섰다. 민족 대이동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추석민심이 향후 정국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여야 지도부는 인파가 몰린 재래시장과 서울역 등을 찾아 물가 및 귀성대책을 점검했다. 각 당은 홍보책자나 특별당보를 대량 배포하는 등 여론몰이에 애쓰고 있다.
◇ 민주당=한광옥(韓光玉)대표 등 지도부가 서울역.군부대 방문으로 바쁘게 움직인 가운데 긴급 의총을 열어 '이용호 게이트' 에 대한 '정면돌파' 를 결의했다.
의원들은 "추석 연휴 중 한나라당의 이용호 게이트 공세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헐값 매입시도 의혹' 과 '북풍' 카드로 맞서자" 는 계획을 세웠다.
또 ▶야당의 의혹 부풀리기식 폭로에 대한 법적 대응▶노량진 수산시장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검찰수사 촉구▶북풍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韓대표는 "당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하나로 뭉쳐 정권 재창출에 혼신의 힘을 쏟자" 고 분위기 쇄신을 역설했다. 이상수(李相洙)총무는 "현 상황이 정리되면 여론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용호씨에게서 2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시인한 박병윤(朴炳潤)의원은 "보좌관이 받은 것으로, 李씨에게서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는데 李씨가 왜 내 이름을 거명했는지 모르겠다" 고 해명발언을 했다. 이런 와중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협(李協)의원은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며 "국정에 1차적 책임을 진 여당으로서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우울한 국민을 위로하는 게 우선" 이라고 말했다.
韓대표는 연휴기간 중 고아원.양로원도 방문할 예정이다.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1회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 참석차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으며,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해병대 2사단을 찾았다.
◇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아침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현충원에선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뒤 큰 아버지인 고(故)이태규(李泰圭)박사 성묘를 했다.
李총재의 두 전직 대통령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朴전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 대구.경북지역 민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감사하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9일 자민련이 대구에서 전당대회를 연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 같다.
李총재는 이어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함께 점퍼 차림으로 중구 신당동의 청바지 봉제공장과 중부시장을 찾았다. 공장 근로자들은 "이렇게 힘들게 벌어 애들 교육을 시켰지만 취직이 안되고 있다" 고 호소했고, 시장 상인들은 "경기가 좋지 않다" 며 대책을 요청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나라 망친 정권, 희망없는 정부' 라는 소책자 3만부와 특별당보 20만부를 배포했다. 소책자에선 교육.대북정책 등 정부의 각종 정책과 실업률 상승 등을 비난했다. 당보에는 이용호 게이트가 집중 소개됐다.
◇ 자민련=임동원(林東源)전 통일부 장관 사퇴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당보 2만부를 지구당에 배포했다. 여기엔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리더십도 부각시켰다. 당 관계자는 "연휴 중 'JP대망론' 과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적극 전파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마포 중앙당사 건물 전면엔 "JP와 함께 국민을 위해 가시밭길 힘차게 헤쳐나가겠습니다" 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최상연.김정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