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승객 신용카드로 딱 한 번 긁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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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한달 전 딱 한 번 남의 카드를 긁어 벌어진 일이다. 범죄가 경미하고 주거지가 명확해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으나 그에겐 벌금형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50평생을 산 이씨가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이씨는 사업 실패로 가계 형편이 나빠져 최근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지난 3월 말 늦은 시간에 술취한 30대 여성 손님이 그의 택시를 탔다. 손님이 내린 후 뒷좌석에 지갑이 놓여 있었다. 몇 만원과 신용카드 두세 개가 들어있었다.

조만간 사야 하는 쌀 등 생필품 생각이 났다. 택시를 집에다 세워놓고 자신의 차를 몰고 수 ㎞떨어진 쌍용동 방향으로 갔다. 일단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다. 6만원 정도 나왔다. ‘그 카드’로 지불했다. 그리고 대형할인점에서 쌀·라면과 갖가지 생필품을 구입했다. 내친 김에 한우 갈비세트도 하나 집어 들었다. 할인점 계산대 앞에 서자 약간 떨렸다. 다행히 오전 2시경이라 쇼핑객은 드물었다. 또 ‘그 카드’를 내밀었다. 40만원이 조금 안 되게 나왔다.

그 후 시일이 흐를수록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아무렇지 않자 안심해도 되겠다 생각했다. 그러던 차 경찰이 집에 들이닥친 것이다.

경찰이 이씨를 검거한 경위는 간단했다. 분실 신고 전 카드가 사용된 것을 안 피해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주유소와 대형할인점 카드 사용 시간을 알아낸 경찰은 두 곳의 같은 시간대 CCTV 기록에서 피의자 승용차와 차량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천안서북경찰서 강력3팀 심종식 경위는“전형적인 생계형 범죄로 안타까운 사정에 동정은 가나, 이씨 행동은 명백한 범죄로 형법 (점유이탈물 횡령)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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