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보 3복 … 걸으면 걸을수록 행복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제주 성산포 옆 해변엔 배낭을 맨 채 올레길을 걷는 순례꾼이 쌓아 놓은 돌탑이 끝없이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강화 나들길에서도 걸으면서 봄을 느끼는 상춘객이 한창이다. 대도시의 공원은 팔을 흔들면서 힘차게 걷는 파워 워킹족으로 가득 찬다. 과거 파워 워킹은 아줌마 전용 운동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여성과 남성에게까지 번졌다. 강남구 주민의 52.2%, 서초구 주민의 56.6%가 지난해 정기적으로 걷기 운동을 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2008년에 비해 1~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고 빨리 걷는 사람도 있지만 2010년 봄에도 걷기 붐은 이어지고 있다. 조깅을 하던 사람들은 ‘파워 워커’로 변했고 한국의 풍광 좋은 길은 도보 여행족들로 넘치고 있다.

걷기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걷기야말로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꾸준히 걸으면 다리와 엉덩이의 근육이 증가하고, 관절도 튼튼해진다. 심폐 지구력도 키워준다. 1시간에 6.4∼8㎞ 정도를 걷는 스포츠 워킹은 등산이나 조깅보다 효과가 좋고 자전거·수영에 비해 체중 조절 효과가 뛰어나다. 낮은 강도로 오래 지속되는 운동은 지방이 효율적으로 분해돼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30분씩 1주일에 3회, 20주 동안 꾸준히 걸을 경우 체지방이 13.4%까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45세 이상의 총 3만9000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주 2시간 이상 걷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뇌졸중이 발병할 위험이 30% 정도 낮다고 발표했다.

천천히 걷는 사람은 몸도 건강해지지만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속도와 시간에 쫓겨 살던 현대인들이 느린 걷기를 통해 자아를 되돌아보고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걷기 바람이 불면서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걸었던 것으로 알려진 ‘산티아고 가는 길’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동경하는 여행지가 됐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백두대간과 동해를 잇는 ‘바우길’, 전남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남도 갯길’, 평화와 생태를 주제로 하는 ‘DMZ길’ 등 새로운 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26일엔 제주의 천연원시림 ‘곶자왈’을 걷는 올레길이 탄생했다. ‘제주의 허파’로 식생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저지곶자왈과 오름, 녹차밭을 고루 체험할 수 있는 중산간 숲길이다.

걷기는 특별한 운동 기구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중앙대 의대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는 “자세가 잘못되면 골반과 척추가 틀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척추를 바로 세우고 배를 당기고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깅화가 아니라 워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달리기와 걷기는 다른 동작이기 때문이다. 발의 움직임이 달라 충격을 받는 부위와 강도도 다르다. 또 발이 땅을 딛는 시간도 달리기(약 0.2초)에 비해 걷기(약 0.6초)가 세 배 가량 길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달리기에 맞게 설계된 신발은 속도와 관성에 집중했다. 걷을 때는 무게중심 이동과 발목의 좌우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직진 보행을 유도하는 전문 신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