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환씨, 27억 로비에 사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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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용호씨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여운환(呂運桓)씨는 25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서울지검 수사 당시 李씨에게서 받은 30여억원의 로비 자금을 "빌려줬던 돈을 받은 것일 뿐"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적시한 혐의 내용을 부인하는 呂씨의 이같은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본지가 입수한 G&G그룹 회계 자료에서 드러났다.

李씨와 呂씨의 거래 정산서에는 李씨가 지난해 5월 검찰에 입건되지 않고 풀려난 뒤 呂씨에게 진정인 합의금 등 명목으로 모두 52억원을 건넨 것으로 기록돼 있다.

李씨는 지난해 8월 두차례에 걸쳐 12억원과 40억원을 呂씨에게 주었으나 呂씨는 진정인 합의금 등으로 25억2천만원만 사용한 것으로 정산서에 기록돼 나머지 26억8천만원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李씨가 呂씨에게 준 로비 자금이 검찰이 밝힌 어음이 아닌 현금과 수표로 건네진 것으로 기재돼 검찰이 추적을 통해 로비 대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산서에 따르면 李씨는 진정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인 지난해 8월 18일 'D사 어음 결제' 명목으로 H은행에서 9억원을 인출해 보유 중인 현금을 보태 呂씨에게 전달했다. 李씨는 같은 달 31일 역시 'D사 어음 결제' 라는 내역으로 H은행에서 20억원을 인출한 뒤 모두 40억원을 현금.수표 등으로 건넸다.

정산서에는 두차례 모두 '사건 해결 자금' 으로 용도를 적고 있다.

검찰에 압수된 이같은 회계 자료에도 불구하고 呂씨가 국정감사장에서 "받을 돈을 받은 것" 이라고 주장한 것은 평소 李씨와의 금전 거래가 빈번했던 것을 이용해 로비 의혹을 비켜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呂씨는 지난해 '사건 해결 자금' 외에 李씨와 총 30여차례에 걸쳐 일반 사업 자금과 전환사채 자금 거래를 한 것으로 정산서에 적혀 있다. 李씨는 전환사채 등의 경우에는 은행 계좌를 통해 이체하는 방식으로 呂씨와 거래했다.

지난해 두 사람간의 거래 정산 결과 李씨는 일반 자금.전환사채 자금.사건 해결 자금의 명목으로 呂씨에게 모두 99억8천여만원을 주었으나 49억8천여만원만 돌려받고 50억원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李씨가 呂씨에게 많은 돈을 뜯겼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이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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