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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족] 농구 부전자전 하동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국농구의 내일을 한 집안에서 책임진다?

가능성이 충분하다.

프로.아마추어를 망라해 한국농구 최장신인 하승진(삼일상고.15.2m15㎝)과 일본 농구명문 오카여고에서 활약 중인 하은주(18.2m1㎝)는 오누이.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대표선수로 출전했던 하동기(43.2m)씨가 아버지다. 키들이 크다!

얘깃거리 하나. 하동기씨는 지난 7월 이사했다. 아들 하승진의 머리가 천장에 닿아 생활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새로 이사한 집은 일반 아파트보다 천장이 10㎝나 높다. 그러나 새 집에서도 전등을 떼어 벽에 옮겨 붙여야 했다.

얘깃거리 둘. 하동기씨는 9인승 지프형 차량을 탄다. 시트 가운데 줄을 떼어냈다. 키가 너무 커 일반 승용차는 불편하다. 특히 하승진은 유난히 다리가 길어 아무리 급해도 택시는 이용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

요즘 하씨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드는 손님들로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 서장훈(SK.2m7㎝)보다 8㎝나 큰 하승진을 잡기 위해 대학 관계자들이 몰려든다. 오카여고 졸업반인 하은주를 국내로 끌어들이려는 여자농구 관계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1학년인 하승진의 진로는 졸업반이 돼야 정해진다. 하동기씨는 "장신선수를 기를 줄 아는 팀으로 보내겠다" 고 했다. 지금의 관심사는 하은주다. 하선수만 잡으면 수년 내 국내 정상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 여자농구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하지만 하선수를 불러들여 신생팀 창단을 유도한다는 것은 여자농구연맹(WKBL)의 짝사랑일지 모른다. 하선수는 3년 연속 전교 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수재로 와세다대.쓰쿠바대.일본체대 등에서 장학 혜택이 보장된 입학 허가를 받아 놓았다.

하동기씨는 "농구는 젊었을 때 잠깐이지만 공부는 평생 간다" 고 했다. 농구만 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하씨는 "농구팀이 있는 명문대에 보내겠다. 다만 국가대표팀에서 부른다면 대회에 출전토록 하겠다" 고 설명했다.

하동기씨는 신갈에서 르까프 대리점을 운영한다. 하승진은 삼일상고에서 합숙하는 날이 많고 하은주는 일본에 유학 중이라 부모와 아들.딸이 모이기는 어렵다. 이달 초 국제 주니어대회가 벌어진 대만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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