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어음 6개월새 1조 3천억 '새 결제수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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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자어음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주요 전자업체와 전자상거래 업체를 중심으로 납품업체와의 거래를 1백% 전자어음으로 처리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업의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자어음은 기존 어음과 달리 어음발행.입금 등이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 방식. 어음발행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제3자에게 유통할 수 없는 대신 한 기업이 부도처리되면 어음을 배서받은 여러 기업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연쇄부도의 위험이 없다는 게 특징.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하루에 교환되는 종이 어음은 3백70만장(23조1백70억원)" 이라며 "전자어음이 활성화하면 연간 3천억원에 이르는 어음발행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 활발한 거래=LG전자는 지난 3월부터 월 4천억원 정도인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을 모두 전자어음방식으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국내판매사업부 등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현재 모든 거래를 전자어음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자어음 도입이 특히 활발한 곳은 전자상거래업계. 소모성자재를 취급하는 아이마켓코리아는 올들어 지금까지 거래규모(6천억원)전부를 전자어음방식으로 결제했다. 엔투비도 소액거래만 현금으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전자어음으로 결제하고 있다.

애니스틸닷컴의 조원표 상무는 "종전에는 거래만 온라인에서 하고 결제는 오프라인에서 어음으로 하는 방식이어서 전자상거래 이용이 저조했는데 전자어음을 도입하면서 거래규모가 10배 이상 늘었다" 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 제도를 도입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의 거래실적이 1조3천6백47억원이었다고 밝혔다.

◇ 미흡한 제도=어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새로운 금융거래시스템인 만큼 법적 뒷받침이 안된다는 게 문제다.

현재 이뤄지는 기업간 전자어음 거래는 구매기업이 주거래은행과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방식. 따라서 전자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처리 돼 구매대금을 지불 못하면 은행에서 이 돈을 모두 떼이게 된다. 때문에 은행은 신용이 확실한 대기업만 상대할 뿐 중소기업과의 전자어음 거래는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전자어음 보증제를 도입했다. 정부와 민주당도 관련 법률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발의, 제정할 계획이다. 산자부 이창한 과장은 "어음제도의 폐해를 줄이면서 전자상거래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전자어음 결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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