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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대입수능] 처음 치른 선택형 수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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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신고에서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교탁에 내놓고 시험을 치르고 있다. 교육부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장에서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했다.[광주=양광삼 기자]

"시험은 끝났지만 내가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게 될지 가늠할 수 없어 갑갑하다."(수험생)

"학생의 원점수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수능 성적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진학지도를 할 수밖에 없다."(진학지도교사)

17일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자신이 받게 될 성적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택형 수능으로 전환된 올해부터 표준점수제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자신이 가채점한 원점수는 알 수 있지만 그 점수가 표준점수로는 얼마나 될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능 다음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험생 4만여명의 답안지를 가채점한 뒤 평균을 공개해 줘 자신의 성적 수준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됐으나 올해부터는 이런 과정도 없어졌다. 다음달 14일 성적 결과가 통지될 때까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셈이다.

한편 평가원 측은 올 수능에 대해 "모의평가, 지난해 수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같은 영역에서도 상위권 학생과 중하위권 학생 간 난이도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는 영역별 난이도가 개인별 표준점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입시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성적 알 수 없어 혼란"=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다음달 14일 성적이 나올 때까지는 수험생이나 진학교사 모두 오리무중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용산고 3년 임우섭군은 "어려웠던 언어 영역이 쉽게 출제된데다 표준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당황스럽다"며 "일단 성적표를 받을 때까지는 논술이나 구술면접 대비를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화여고 이철희 진학지도부장은 "평가원은 가채점도 하지 않고 학생들의 원점수는 표준점수제 아래에선 의미가 없으니 걱정이 태산 같다"며 "대강 감만 잡고 진학 지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대부고 홍성수 3년 부장교사는 "6, 9월 두 차례 치렀던 모의평가를 참고해 학생의 원점수를 갖고 표준점수가 대략 어느 수준이 될지 예상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지망 대학을 임시로 정한 뒤 최종 성적이 나오면 다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에서 특정 영역.과목에서 원점수가 나쁘더라도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표준점수의 성격상 어렵게 출제된 과목이 꼭 불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엇갈린 반응 속"조금 어려워"=1교시 언어 영역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고 3년 최대호군은 "모의고사에 소개됐던 신개념 문제들이 수능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며 "EBS 수능강의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많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리는'가'형과 '나'형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수험생 전원이 수리'나'형을 치른 여의도고 시험장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모의고사와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위기였다. 반면 자연계열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 수리 '가'형의 경우 배점이 높은 2~3개 문항이 꽤 어려웠다는 평가다.

외국어는 모의고사에 비해 문법 문항이 많고 독해가 까다로워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수생 이모(20)군은 "지난해보다 어려워 4~5점 정도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상위권은 외국어.수리 영역에서 희비가 갈릴 것"이라며"이들 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점수.표준점수란=원점수는 특정 영역.과목의 문항당 부여 점수를 단순 합산한 점수로 100점(언어.수리.외국어)과 50점(탐구영역) 만점 중 몇 점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표준점수는 특정 영역.과목의 응시자 집단에서 해당 수험생의 상대적인 성취수준(평균과의 차이)을 나타내는 점수로 개인의 원점수에서 계열별 전체 응시생의 평균 원점수를 뺀 값을 해당과목의 표준편차로 나눠 구한다.

이승녕.김은하.이원진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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