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페레스 외무 왜 은퇴 표명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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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회담이 아리엘 샤론 총리에 의해 취소되자 정계은퇴 검토를 밝혔다고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방송이 23일 보도했다.

AP 등 외신은 페레스 장관의 이번 은퇴의사 표명이 연립정부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약화된데 따른 강력한 반발의 표시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페레스 장관은 연립정부 내에서 강경 우파노선을 걷고 있는 정통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으로부터 아라파트 수반과의 대화를 취소하지 않으면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겠다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스라엘 소식통들도 페레스의 사퇴 배수진은 아라파트와 대화의 장을 마련했음에도 비난이 몰리는데 대한 반발과, 이로 인해 어려워진 입장을 만회하려는 전략이 섞인 제스처로 보고 있다.

한편 샤론 총리는 23일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 가능성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날 저녁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구성할 기회를 주고 싶지만 그러려면 진정한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 고 밝혔다.

중동 전문가들은 샤론 총리의 발언은 후일 아라파트와의 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해석했다. 샤론 총리가 "연기된 양측의 회담이 약간의 냉각기를 가진 후 열릴 것" 이라고 밝힌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로이터 통신은 23일 "지난해 가을 이후 12건 이상 자폭테러를 했던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자폭공격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항공기 돌진테러 이후 자폭공격이 팔레스타인 전체의 이미지 악화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권하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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