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교수 정년 연장 대학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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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양대 손정식(경제금융학) 명예교수는 2008년 8월 만 65세로 정년퇴임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학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강의로 유명했다. 그의 강의들은 수강신청 때면 일찌감치 마감됐고, 매 학기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도 최고 수준을 받았다. 그야말로 ‘잘 가르치는 교수’였다.

현재 손 교수는 명예교수 신분으로 ‘현실경제의 이해’를 가르친다. 여전히 인기 강좌지만 명예교수인 탓에 그가 받는 강의료는 시간강사보다 약간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양대에선 손 교수처럼 잘 가르치는 교수는 정년 이후에도 5년간 제대로 급여를 받으며 강의를 할 수 있게 된다. 한양대는 올 하반기부터 ‘교육석좌교수제’를 도입한다고 27일 밝혔다. 강의 잘 하는 교수를 선정해 정년 이후 만 70세까지 정교수 월급을 받으며 강단에 계속 서도록 하는 제도다. 연구 업적을 안 따지고 강의 실력만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국내 대학 중 처음이다.

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강의’를 물어 그 결과도 반영한다. 한양대 이형규 교무처장은 “SCI(과학논문인용색인) 등을 통해 연구 성과를 입증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석좌교수가 되기 어려웠던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 교수를 더 오래 강단에”=최근 사립대를 중심으로 우수 교수에게 정년 이후에도 연구와 강의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공립대 교수는 만 65세 퇴직이 관련 법규로 정해져 있지만 사립대는 정관만 고치면 정년 연장이 가능하다.

경희대는 2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연구 실적이나 강의 능력이 뛰어난 교수의 정년을 70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경희대 황석종 교무계장은 “원로 교수들이 학교에 남게 되면 다른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KAIST는 상위 15%에 해당하는 우수 교원의 정년을 70세까지 늘리기로 하고 지난달 5명의 교수를 선정했다. 계약직 재임용 방식이지만 정규직 교수와 다름없는 대우를 할 방침이다.

포스텍(POSTECH)은 지난해부터 연구와 강의 능력이 뛰어난 교수의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하고 특별상여금을 주고 있다. 이화여대는 2007년부터 ‘이화학술원’을 운영해 정년을 넘긴 원로 교수들의 연구와 강의를 지원하고 있다. 이화학술원 원숙연 사무국장은 “사회가 조로(早老)현상을 겪고 있는데 원로 교수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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