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은행 인수 다시 안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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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은행의 마이클 게이건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외환은행 인수에 다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건 CEO는 이날 홍콩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미국 상공회의소 모임에 참석해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에 나선 것과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게이건 CEO의 이 같은 언급은 외환은행의 지배주주인 론스타가 이달 초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다시 밟기 시작한 후 나온 HSBC의 첫 공식 반응이다.

HSBC는 2007년 6월 63억 달러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했다가 가격 재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계약을 철회했다. 지금까지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힌 은행은 호주 은행인 ANZ 뱅킹그룹뿐이다.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는 시가로 4조6000억원(41억7000만 달러) 수준이다.

한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작업에 은행법 개정이란 변수가 발생했다. 28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무위 심사를 거친 은행법 개정안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수를 과반수(50% 초과)로 늘리도록 한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는 사외이사 비율을 이사회의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 만약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반을 초과하게 되면 경영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게 클레인 행장의 주장이다.

한 국회 정무위원은 “클레인 행장의 문제 제기는 사외이사 비율 강화가 경영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국내로 들어오는 데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은행법이 개정되면 외환은행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은행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은행들은 법 시행 후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일까지 사외이사 비율을 과반수로 강화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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