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박수진 박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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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나노테크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부 박수진(40)박사는 '연구 벌레' 로 통한다.

연구원이 연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의 경우는 예사롭지 않다. 온 몸을 연구에 불사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만났을 때 1백27편이었던 박박사의 총 발표 논문 수는 불과 5개월 만에 1백80편으로, 등록 특허는 48개에서 50개로 늘었다. 지금까지 연평균 25편의 논문을 냈다.

미 MIT.하버드대 교수가 1인당 연평균 6편, 서울대가 0.8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 마디로 경이적이다. 그가 논문을 양산한다고 해서 '그저 그런 논문들일 것' 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간 발표한 논문 중 1백7편이 국내 학술지에, 73편이 과학기술색인목록(SCI)에 들어가는 해외 유명 학술지에 실렸다.

이런 업적은 해외에서 더 인정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ABI, 영국 IBC 등 국제인명센터가 발행하는 6개 기관지가 박박사를 '21세기를 빛낼 5백인' 으로 동시에 선정한 데 이어, 지난 8월 영국 IBC는 '세계의 과학자 1백인' 으로 뽑았다.

그 덕에 붙여진 별명이 많다. '연구 벌레' 외에 논문을 많이 발표한다고 해서 '논문 제조기' , 매일 두 개씩 도시락을 싸온다고 해서 '도시락 박' 등이다.

1년에 하루 이틀 쉬는 것 외에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정도까지 연구한다. 연구원에서 가장 많이 야근을 하는 사람, 휴일.명절도 없이 보내는 사람이다. 인터뷰 전날 그는 부친의 산소에 다녀왔다.

연구소의 정기 전기 점검 때문에 연구를 쉬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가 나에겐 삶의 의미다" 라며 "주말마다 골프나 낙시를 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연구가 좋아서 한다.

가족들도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고 말했다. 그의 주된 연구 분야는 물질의 표면을 원자 단위에서 연구해 가치를 높이는 나노테크다.

썩는 비닐 개발이나, 인쇄회로기판의 접착성을 개선해 고열.고충격에 견디는 재료 개발 등이 연구 테마다. 박박사와 같은 과학자가 많아지면 한국의 발전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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