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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미류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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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어릴 적 자주 부르던 동요 가사에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 놓고 도망갔어요”라는 게 있었다. 이 노래를 부르며 자란 세대에게는 ‘미류나무’가 익숙할 것이다. 잘 자라기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가루 공해 등의 이유로 이제는 길가에 거의 심지 않는다.

가로수로서 운명이 바뀌었듯이 단어의 처지도 변했다. ‘미류(美柳)나무’는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1988년 어문규정 개정 때 ‘미류나무’를 버리고 ‘미루나무’를 표준어로 삼았다. 발음이 어려워서 ‘미루나무’로 소리 내는 사람이 많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나이 든 세대에서는 여전히 ‘미류나무’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와 비슷하게 잘 고쳐지지 않는 단어가 우뢰(雨雷)다. 어문규정 개편 이전엔 ‘우뢰’로 썼지만 지금은 ‘우레’가 표준어다. 천둥을 뜻하는 단어로 순수 우리말 ‘우레’가 고어에 존재하기 때문에 한자를 빌려 표기한 ‘우뢰’를 버리고 ‘우레’로 적기로 한 것이다. 우레는 ‘울다(鳴)’의 ‘울’에 접미사 ‘-에’가 붙은 ‘울에’에서 온 말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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