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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슬람계 보복테러 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워싱턴의 이슬람센터를 방문해 "미국은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이후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보복성 폭력이 증가하는 등 이슬람 배척 움직임이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날 수백만명의 이슬람계 미국인들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고 말하고 "이들에게 분풀이를 하는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부시는 백악관 보좌관.경호원들과 함께 이슬람 관습에 따라 신발을 벗고 이슬람 센터 내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들어갔다.

◇ 계속되는 보복테러=이슬람센터에 따르면 아랍계.이슬람교도에 대한 협박.폭행은 17일까지 3백50여건이나 발생했다.

각 지역의 모스크와 이슬람계 학교에는 "폭탄을 장치했다" "학생들을 죽이겠다" 는 협박전화가 연일 걸려오고 있으며 통학버스에 돌을 던지는 등 아랍계.이슬람교도에 대한 폭력행위와 박해가 점증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임시 휴교하기도 했다. 버지니아주의 달리 알 하지라 모스크 등 미국 내 모스크측은 경비업체 직원들과 신자로 이뤄진 자경단을 구성, 24시간 경비하고 있다. 분풀이성으로 보이는 살인사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5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식료품 가게에선 파키스탄계인 주인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같은 날 애리조나주 메사에서도 괴한이 인도계 주민을 아랍계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이슬람교도에 맞춘 정부 수사가 사태 부추겨=일부에서는 이같은 인종차별적인 폭력이 아랍계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정부의 무차별 수사 때문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테러사건 이후 일부 아랍계 미국인들이 순전히 인종적인 이유 때문에 수사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국장은 17일 "테러행위와 관련한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 아랍계 미국인들만 심문했을 뿐" 이라고 해명하고 "보복성 폭력 혐의자들을 모두 색출해 처벌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정부는 이슬람계 주민들의 피해를 접수하는 핫라인을 개설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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