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상암구장 품질관리팀 허해진 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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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자랑 두가지만 하겠습니다. 먼저 공기(工期)단축입니다. 45개월짜리 공사를 부실없이 38개월로 줄였습니다. 또 3년간의 난공사를 사망사고 한건 없이 무재해로 진행했습니다. "

개장을 눈앞에 둔 서울월드컵경기장(일명 상암경기장)의 품질관리와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온 건설현장 품질안전팀 허해진(47.삼성엔지니어링 부장.사진)팀장은 웅장하게 서있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자랑을 쏟아냈다.

"제가 지은 현장에서 직접 월드컵 개막전을 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개막전 입장권 1차판매 때 신청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졌고, 선착순인 2차판매 때는 줄을 섰지만 역시 또 매진됐거든요. "

그는 결국 개막전을 TV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1998년 10월 20일 첫 삽을 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8일 현재 공정률 96.5%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허팀장은 공기단축의 배경을 '패스트 트랙' 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설계가 끝난 뒤 공사에 착수하지만 이번 공사는 발주가 늦어지면서 부분설계 - 부분시공을 반복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을 썼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품질 유지 책임자인 자신과 공기 단축이 목표인 시공부문 사이에 마찰도 많았다. 허팀장은 자신의 방해(?

)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성과를 올린 시공부문에 공(功)을 돌렸다.

3년(4만시간)동안 연인원 45만명의 근로자가 거쳐간 현장에서 사망사고 없이 공사가 진행된 것도 대단한 일이다.

"50m 고공에 3차원 트러스를 설치하는 지붕철골 공사 땐데, 한번은 안전조치가 미흡해 작업을 중단시켰어요. 그런데 임금문제에 민감한 하청사가 반발하며 스트라이크를 벌이는 바람에 설득하느라 무척 애먹었습니다. "

허팀장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장이 안전하고도 빨리 완성된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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