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임지은 "바보같이 착해서 안쓰럽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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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시청자들이 왜 그리 바보같냐며 안타까워하세요.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활짝 개화할 날이 다가오거든요.”(임지은)

요즘 KBS1 아침 드라마 ‘매화연가(梅花戀歌)’(월∼금요일 오전 8시5분)의 질주가 무섭다.시청률에 한계가 있다는 아침 드라마의 공식을 무시한 채 평균 25%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전체 프로 중 5위 정도의 성적표다.

그 인기 비결로 우선 탄탄한 구성을 들 수 있지만, 주연들의 맛깔난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사실상 신인이라고 불러야 할 주인공 임지은(27)은 이 드라마 하나로 스타로 떠올랐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그러면서도 오뚝이처럼 결코 넘어지지 않는 순둥이 인애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인애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를 지나며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인물이다. 자신의 연인을 친구에게 '헌납' 하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양녀 자리까지 뺏기는 등 그동안 극에서 보여준 그의 고통은 시청자들의 동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연기하며 하도 많이 울어서 한동안 생활이 칙칙할 정도였어요. "

그러나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눈물 연기가 아니라 기생 수업이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1940년대 평양 기생학교다. 빚 때문에 이곳에 팔려온 그는 결국 기생의 길을 걷지는 않지만, 상당기간 혹독한 기생 수업을 받는다. 임지은은 이 연기를 위해 주법(酒法)은 물론 창(唱)과 수묵화까지 배워야 했다. 게다가 패션모델이 걷듯 항아리를 이고 맵시있게 걷는 걸음걸이도 익혔다.

"말로만 듣던 기생이 이렇게 만능 엔터테이너인 줄은 몰랐어요. 덕분에 여러 분야에 걸쳐 연기 수업을 톡톡히 받았지요. "

임지은으로선 이번이 드라마에는 두 번째 출연이다. 얼마전 종영한 일일드라마 '용서' 에선 악녀중의 악녀로 등장했었다. 단 두 번의 배역으로 선과 악의 전형을 연기할 기회를 가졌다니, 어찌보면 신인으로선 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벼락 스타' 라는 말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저요, 서울예대 졸업하고 지금은 상명대 영화과에 편입해 다니고 있어요. 그 동안 내내 연기 수업을 쌓았어요. 또래들에 비해 오히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한 편이죠. "

지난 4월 시작한 이 극은 이제 서서히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아픔은 지나가고, 사랑의 징표였던 매실로 술을 빚어 대부호로 성장하는 그의 시대가 곧 열리게 된다. 잃었던 사랑도 쟁취한다. 그가 성공한 기업인으로서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또 한번의 연기 변신을 기대해 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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