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아마 김대섭 대회 최저타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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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신분은 아마추어였지만 기량만큼은 프로였다.

7백여명의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도 아마추어 김대섭(20.성균관대2)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가냘픈 체구(1m73㎝.65㎏)에도 드라이버샷은 키가 머리 하나쯤 큰 같은 조의 앤드루 피츠(미국)보다 20m 이상 더 나갔다. 정교한 아이언샷도 더할 나위없이 정교했다. 퍼팅도 나무랄 데 없었다.

김대섭이 16일 경기도 고양시 한양골프장의 신코스(파72.6천3백74m)에서 끝난 코오롱컵 한국오픈에서 쟁쟁한 프로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던 김선수는 이날 3언더파(버디 4개, 보기 1개)를 추가해 합계 16언더파 2백72타로 2위 박도규(31)를 3타차로 따돌렸다.

김선수는 1972년 한장상 프로가 세웠던 한국오픈 최저타(12언더파 2백76타) 기록을 4타나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98년 고교 2년생으로서 같은 장소.대회에서 10언더파 2백78타로 우승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대섭은 지난 7월 송암배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3연패를 비롯, 지난 8월 회장기 대학골프대회 남자부에서도 우승한 아마추어의 최강자다.

김선수는 경기 후 "한국오픈 우승으로 프로테스트가 면제된 만큼 내년 아시안 게임 이후 프로무대에 뛰어들려던 계획을 바꿔 당장 프로로 전향하겠다. 대회 중 부모.주위 분들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선수는 다음주 신한동해 오픈(경남 가야골프장) 등 올시즌 남은 경기에 프로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선수의 성적은 생각하지 않고 내 플레이에만 몰두했다" 는 김선수는 "드라이버의 정확성과 퍼팅은 자신있는데 롱아이언을 잘 치지 못해 앞으로 이를 집중 보완하겠다" 고 말했다.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우승상금 7천2백만원은 2위 박도규가 받았다. 박선수는 올시즌 상금 1억3천9백만원으로 최광수(41.1억3천3백만원)를 제치고 상금 랭킹 1위로 뛰어올랐다.

승부의 분수령은 파5의 11번홀(4백83m)이었다. 박도규에게 1타차로 쫓기던 김대섭은 PS(피칭과 샌드웨지의 중간)로 3온시킨 뒤 2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스코어를 끌어올렸다. 기세가 오른 김대섭은 12번홀과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고양=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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