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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대전] 탈레반 "美 도우면 보복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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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공격이 확실해지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정권은 결사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안팎의 압박도 거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5일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르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비행기 돌진 테러의 '제1용의자' 로 공개 지목하고 파키스탄의 협조를 약속 받은 상태다.

CNN은 16일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 파키스탄이 다음날 탈레반 본부가 있는 칸다하르에 대표단을 파견해 "사흘 안에 빈 라덴을 미국으로 넘기라" 는 미국측의 최후통첩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 최후통첩 전달=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16일 고위 종교지도자.부족장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 후 탈레반의 쿠드라툴라 자말 문화.정보 장관은 "테러행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이 공격해올 경우 성전(聖戰)이 불가피하다" 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은 15일 "인접국이 미국의 군사 공격에 도움을 줄 경우 전사(무자헤딘)를 동원해 보복하겠다" 고 파키스탄을 간접 비난해 파키스탄 대표단이 미국의 최후통첩을 전달한다 해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 독기 오른 반군=탈레반은 자신들이 정권을 차지한 이후 페이자바드 등 북부를 거점으로 저항을 계속해온 반군(망명정부)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탈레반은 반군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재집권을 노릴 것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반군은 테러 발생 다음날인 12일 수도 카불에 포격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 9일 탈레반측의 자살폭탄 공격을 받았던 반군 지도자 아흐메드 샤 수마드가 15일 사망하자 반군측은 16일 장례식을 치르며 탈레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 탈레반 고립 심화=탈레반이 15일 모든 외국인들에게 출국을 요구한 가운데 탈레반을 멀리하려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미군의 영공통과를 허용한 파키스탄에 이어 이란은 미국의 보복공격시 대규모 난민의 유입을 우려, 아프간과의 국경을 봉쇄했다고 이란의 IRNA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탈레반 정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 등 3개국 중 아랍에미리트는 15일 단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 댐건설과 통신망 구축 등을 지원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온 중국 정부도 15일 외교부 성명에서 탈레반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 피폐한 아프간=남아시아의 빈곤한 산악국가 아프가니스탄은 1979년 소련의 침공 이후 끝없는 전쟁과 내전으로 얼룩졌다. 89년 소련군이 철수한 뒤에는 정권을 놓고 이슬람 세력 간의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을 피해 10만명이 넘는 난민이 파키스탄 등 주변국으로 빠져나갔다.

탈레반 세력은 96년 9월 오랜 전쟁과 내전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고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이들은 아프간의 험준한 산악 지형에 적응하면서 게릴라식 전투로 단련된 3만여명의 정예 군대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이 섣불리 승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세정.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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