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대국 오만 벗어야" 신중론 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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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의 미국 비판론자들은 이번 테러 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오만함과 이중잣대가 개선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이 테러발생 직후 춤을 추고 환호한 것은 반미감정이나 냉전시대의 분쟁을 통해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힘에 대한 경계심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유럽의 수도에서 남미의 코코아농장, 동남아 의회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거만하고 자국 이익에 이기적으로 집착하는 것으로 비춰질 이유가 적지 않다며 여러 국가들이 미국의 테러 참극을 '응보' 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우방은 물론 심지어 적성국까지도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그 저류에는 초강대국의 오만함이 개선되길 바라는 희망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은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많은 외국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유고의 세르비아계 국영 TV 문화프로 책임자 겸 인기 작가인 미르야나 보비치는 "사람들이 이번 테러에 깊은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만일 당신이 남을 몽둥이로 때린다면 당신에게 부메랑 효과가 있을 것임을 예상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세르기오 로마노 전 모스크바 주재 이탈리아대사는 "상당한 반미감정이 있으나 이런 감정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것" 이라며 "미국인들이 세계를 적대적인 것으로 단일시하고 자신들의 지도자로 하여금 일방적 조치나 고립주의로 내미는 것도 위험하다" 고 지적했다.

한 미국 외교관은 "부시 대통령이 TV에 나와 테러범과 비호자들을 잡겠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임을 의미한다" 며 "우리는 정당한 이유를 갖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우리의 정책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우리의 오만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왔다" 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교토기후협약 반대, 미사일방어(MD)체제 강행, 유엔 인종차별회의 대표단 철수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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