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테러 보도 객관적인 시각 유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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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많은 민간인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국내 언론 보도는 미국의 입장을 지나치게 옹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 언론은 미국 젊은이들이 군대에 잇따라 지원하는 것을 '미국 시민의 힘' 이라고 보도해 미국의 대변지 같은 인상을 준다.

이번 테러는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이슬람계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동 지역을 숱하게 폭격했다.

그때 희생된 중동 지역 사람들도 민간인이었다. 그들이나 미국인들의 목숨은 똑같이 소중한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일본 입장에선 테러리스트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은 다르다.

그러니 아랍은 성전(聖戰)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테러 행위는 결코 옹호할 수 없다. 하지만 왜 이런 테러가 일어났는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단체의 갈등 관계를 알려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우리 언론은 사건 초기의 흥분과 경악,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제부터라도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경희.서울 관악구 신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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