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참사 실종사 남편들의 순애보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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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생사가 엇갈린 참사 현장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이 전세계인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숀 휴즈는 지난 11일 새벽 전화자동응답기에서 들리는 아내 멜리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숀, 저예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한 것 같아요. 어쩌면 폭탄사고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방이 온통 연기예요. 사랑해요. "

숀은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겼다. "멜리사, 내가 지금 갈게. 사랑해. 제발 전화좀 받아줘. "

숀은 뉴욕행 비행기를 수소문했지만 미국 전역에 내려진 비행금지로 13일에야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숀은 실종자 신고센터에 등록하고, 그는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아내를 찾을 수 없었다. 13일 밤 사고현장의 경찰저지선 앞에 선 숀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여보, 내가 왔어. 제발 대답해줘. "

워싱턴 국방부에서 근무 중이던 아내를 찾으려는 케네스(48.미 육군 소속)는 사고발생 나흘째인 14일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던 케네스 역시 휴대폰에 남겨진 아내 산드라(41)의 메시지를 들었다. 오전 9시12분.

"켄, 큰일났어요.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대요. " TV를 켜는 순간 케네스는 세계무역센터에 이어 조금 전 국방부가 테러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 순간 그는 아내가 근무하는 국방부를 향해 달렸다.

"제발 무사하기만을. " 10분 뒤 포토맥강 앞 국방부 건물에 도착한 케네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건물 한쪽이 크게 무너진 국방부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아내가 일하는 3층 창에서도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구조대원 1진으로 차출된 케네스는 생존자 수색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단 한번도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아내가 발견됐을 때 곧바로 내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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