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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전통염색 쪽물로 인간문화재 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3년의 노력 끝에 인간문화재가 돼 개인적으로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부가 우리의 전통적인 염색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데 대해 큰 희열을 느낍니다. "

평소 '쪽물 염색장이' 로 통해온 전남 나주시 영산포중 미술교사 정관채(鄭官采.42)씨가 최근 인간문화재(중요 무형문화재 제 115호 염색장)로 지정됐다.

염색 부문에선 국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鄭씨와 나주시의 윤병운(尹炳澐.80)씨를 염색장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鄭씨처럼 젊은 무형문화재의 지정은 줄타기 같은 예능분야에서는 더러 있었으나 공예분야에선 처음이라고 문화재청 관계자는 밝혔다.

鄭씨는 목포대 미술과에 입학한 1978년부터 '원초적 자연색이자 우리 고유의 색깔' 인 쪽물에 빠져들었다. 그 과정에서 고향인 나주 등 영산강 유역이 옛날엔 쪽의 집산지임을 알았다. 그는 화학염료에 밀려 사라진 쪽의 씨앗을 구해 재배하고 알만한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물었다.

"처음엔 천연염색을 거들떠보는 이가 별로 없었고, 미친 짓을 한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죠. "

그러나 鄭씨는 두 손에 푸른 물이 배어 아무리 씻어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에 매달려 쪽물을 내고 천에 물들이는 방법을 재현했다.

그리고 염색의 수준을 점점 높여왔다. 지난해 6월엔 은행원이었던 아내(40.李禧子)의 퇴직금을 털어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샛골의 생가에 공방(工房)을 차렸다. 그동안 전국에서 2천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소문이 나면서 그는 국내 대학들과 일본 쪽염색연구소에서 초청받아 특강도 했다.

"쪽을 건강보조식품 등 식용으로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현대적 시각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더 큰 소명감으로 죽을 때까지 쪽과 함께 하겠습니다. "

鄭씨는 이발 기술을 배워 학생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부모가 없거나 비뚤어진 아이들과 한 텐트 속에서 야영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제자 사랑도 남다르다.

나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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