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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 작가 노상균전 갤러리 현대서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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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8면

화려하면서도 경박한 소재가 무겁고 신성한 형체를 감싸고 있다면, 혹은 캔버스에 단정하게 붙어있다면 어떤 이미지가 생겨날까.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노상균(43)씨 초대전에서 그 다양한 해석을 만날 수 있다(21일까지).

노씨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이자 지난 연말부터 올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 전을 열었던 젊은 층의 선두주자. 서울대 회화과 졸업 후 미국 프랫대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82년부터 붓을 놓고 시퀸(sequin) 설치작업을 해왔다.

시퀸은 물고기 비늘처럼 이어져 반짝거리는 코팅 플라스틱판으로 속칭 '반짝이' 로도 불린다. 작가는 "어릴 때 TV에서 가수 이금희가 반짝이 무대의상을 입고 정열적으로 몸을 흔들며 '키다리 미스터 김' 을 불렀던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며 "시퀸으로 표현해 보고싶은 것이 너무 많아 계속해 붙들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번 11번째 개인전의 대표작은 지하 1층에 놓인 2.7m높이의 '쌍둥이 예수들' (Twin Jesus Christs). 인류를 향해 두팔을 벌린 예수상들은 똑같은 형체이지만 표면을 촘촘히 둘러싼 시퀸의 색감차이로 인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갈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살색의 예수상은 포르노적 느낌마저 자아낸다. 우유빛과 무지개빛이 어우러진 예수상은 일견 성스러우면서도 바로 옆의 예수상 때문에 또 다른 가짜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불러일으킨다. 인간복제에 대한 경고같기도 하고 성스러운 존재조차 왜곡, 상품화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듯도 하다.

그런가 하면 2층에는 캔버스위에 시퀸을 원형이나 사각형으로만 가득 붙인 미니멀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시퀸은 이번엔 현란하고 부박함을 벗어버리고 오히려 잔잔하고도 초월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1층엔 다양한 색상의 시퀸으로 감싼 불상의 머리 5개가 눈길을 끈다. 경건한 형태와 솜사탕처럼 달콤한 시퀸의 느낌이 충돌하며 야유한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삶이다. "화려하면서 가벼운 시퀸의 특성을 살려 은유적으로. " 02-734-611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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