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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10월 베스트 논객에 이관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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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머리로 쓰지 않고 인생의 체험으로 쓴다. 중앙일보 '디지털국회(https://www.joongang.co.kr/assembly/)'의 가장 큰 장점은 공정하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사이버 국회인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 10월 베스트 논객으로 뽑힌 이관일씨의 말이다.

▶ 이관일씨

그의 글은 구체적이다. 그리고 경험에 근거하고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 합리적 진보성향을 보이며 정부 잘못은 적확히 집어낸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 이후 디국에 올린 '헌재 판결의 문제점과 영향','헌재판결의 헌정사적 의미''정부와 여당은 즉시 헌재판결에 대한 승복선언을 하라''도올은 혹세무민하는가''자유대한민국이여,영원하리라'등 글은 해박한 법률지식에 자신의 가치관에 인생 경험담까지 담아 엮어냈다. 인터넷 논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구체적이고 적확한 글을 쓰려면 정력을 소진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단시간내에 많은 글을 올리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그는 주옥같은 평론을 수없이 인터넷에 쏟아낸다. 헌재의 위헌 결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과 관련해 디지털 국회에 10월에만 무려 120여건의 글을 올렸다. 그는 국민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몰두'한다고 했다.

이씨는 제주도 태생으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서귀포에서 명상원 如如觀 (www.yeoyeogwan.org)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에 있는 이씨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글을 쓰려면 상당한 독서와 사고가 필요하다. 어떻게 공부하고 언제 글을 쓰나.

"내 글에는 내 인생의 체험이 녹아있다. 머리 굴려서 나온 글들이 아니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은 꽤 했다고 자부한다. 논리적인 사고는, 중고교에서 수학을 공부할 때나 영어를 공부할 때나, 법학등의 학문을 하거나 그 외에 인생에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헤쳐나가는 데도 매우 긴요하다고 본다.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국민의 논리적인 사고능력이 결정할 것이다.

논리적인 사고는 오랜 독재정권 하에서 억압되었다고 본다. 당시는 글짓기를 해도 이미 정해진 결론을 도출하기위한 논리 전개였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논리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중고교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식의 틀에 박힌 교육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 교육은 아직까지는 주입식 교육이 아닐까 한다. 국어, 영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수학과목도 그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논리적인 사고의 부족으로 인한 폐해는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싸우지 않아도 될 일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일류대학 교수가 번역한 책에 태연히 오역이 등장한다든가, 다리나 빌딩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다."

-자신의 이념 스펙트럼은 어느 쪽인가. 그 이유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중시한다. 남북관계는 북의 움직임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 먼저 다가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언제고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는 개연성이 상존하고, 북한하고 냉전으로 일관해서는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목소리 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에서 주도적으로 나가려면 북한하고의 접근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그 때문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기 보다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동조죄 등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적이면서, 없어도 되는 제한을 치워가는 개혁을 지향하는, 보수적인 낭만주의자 정도로 보면 된다."

-디지철 국회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차별화되는 점은. 또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글 선정이 비교적 공정하면서 글을 보는 안목이 상당하다. 다른 사이트와 다른 점은 양극단에서 벗어나서 중도를 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중도에의 의지가 양 쪽에서 배척당하기 보다는 양쪽에서 호응을 받는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우수한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것도 추진할 만 하다. 개선할 점은, 일부 디국 국회의원이 법의 기초를 모르는 주장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디국에서 판단을 해서 정오를 가려서 리플로 달아주거나, 주석을 붙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 전문분야에 대해서 글이 올라올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해 디국 논객들에게 공개적으로 자문을 요청했으면 한다.

디국의 오프라인 토론회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초청해서 토론하는 식으로 하면, 결국 국회의원의 이름을 빛내주기 위한 들러리 정도에 불과하게 될 수 있다. 초청하지 말고 스스로 발제를 하고 기조연설을 하여,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온라인 논객들은 자기 주장에 충실하지만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토론하는 문화에 익숙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정중하게 예의를 지킬 경우, 아무리 견해가 달라도 상대방도 정중하게 나온다. 그 문제는 나 먼저 지켜가면 된다는 생각이고, 남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

-한국정치와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이 선결되어야 하는가.

"첫째는 비전 부족이다. 비전이 없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현실은 점점 어려워진다. 현재는 좋아도 비전이 안 좋으면 나빠지게 되어 있다. 당장 어려운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비전이 있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고, 고난도 기쁨이 된다.

둘째는 구심력, 통합력의 부족이다. 비전이 애매하거나 약하면 구심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조선 중기 조광조가 죽은 후로 국가의 구심력은 많이 약해졌다. 그 후로는 국가와 민족은 탄성이 없이, 늘어진 고무줄이나 별 다름이 없었다. 영 정조 때나 박정희 대통령 때 강압적인 리더쉽이 있었을 뿐이고, 국민들 간의 자발적인 통합이 너무 부족했었다고 본다.

그걸 해결하려면 비전과 구심점을 찾아야만 하고 어느 집단이든 구심력을 발휘해줘야만 한다. 현재 구심력을 발휘해야 할 집단이 없다.386 민주화세력들이 구심력을 담당했으면 좋았으련만 그것이 안 되었다. 왜냐 하면, 그들의 모토와 비전이 부정형이었기 때문이다. "악을 추방하자!" 하는 식의 부정형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선을 달성하자!"하는 긍정형이어야만 한다.

셋째는 정치권이 너무 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논리싸움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의 감정을 헤아려야 한다. 논리에 매몰된다는 것은 가슴이 메말랐다는 것이고, 가슴이 메말랐다는 것은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그릇의 크기가 결국 나라 그릇의 크기다."

-10월중 120여건의 글을 올릴 만큼 '디국'에 열성적이다. 디국에 글을 쓰는 의미는. 자기실현인가, 아니면 국민으로서의 단순한 의견 표출인가.

"뭔가에 몰두를 잘 하는 편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그리고 법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네티즌 문화라는 게 너무 자유분방하고 무절제하다. 네티즌들에게 충고 한마디 한다면.

"자유분방하고 무절제한 것이 네티즌 문화의 단점이지만 또한 장점이라고 본다. 인신공격이라든가 유언비어 등의 문제가 있긴 한데, 그 역시 장점과 단점을 같이 갖고 있다고 본다.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단, 남에게 주는 것은 결국 다 자기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만 명심하면 좋을 것 같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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