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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이한동총리 해임안 동조 밝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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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포 자민련 중앙당사의 각 사무실에 걸려 있던 '이한동 총재' 의 사진이 6일 오후 3시쯤 일제히 철거됐다.

오락가락하던 이한동 총리가 이 시간에 총리직에 남아 있겠다는 발표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이런 사람을 한때나마 총재로 모신게 부끄럽다" 고 말했다.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이양희(李良熙)사무총장.이완구(李完九)원내총무.邊대변인 등은 황급하게 구수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JP의 설득이 먹혀 李총리가 당으로 돌아오게 됐다" 고 좋아했던 모습은 분노로 뒤바뀌었다.

JP는 전날 李총리를 만난 뒤 "올바르게 살자" 며 "李총리가 신임 장관 제청권만 행사하고 내게로 돌아온다고 했다" 고 기자들에게 밝혔었다.

한 당직자는 "李총리가 비겁하게도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일본에 있는 틈을 타 또다시 결심을 번복했다" 며 "李총리를 끝까지 빼내가려 공작한 DJ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이라고 격앙했다.

자민련은 총재인 李총리의 출당을 검토하고 있다.

정진석(鄭鎭碩)의원은 "인간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 며 "자식 볼 낯이 있겠나" 라고 비난했다.

김학원(金學元)의원은 "당에 뿌리가 있던 박태준(朴泰俊)총리도 한번에 날아갔는데 아무런 뿌리 없는 李총리가 과연 얼마나 총리를 할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조희욱(曺喜旭)의원은 "썩은 '단칼' (李총리의 별명)이 결국 자민련을 배반했다" 며 "철새처럼 떠도는, 소신도 박력도 철학도 없는 사람" 이라고 했다.

당직자들은 "李총리가 한나라당에서 데려온 의원 한명 없이 혈혈단신으로 자민련에 들어와 총재에 이어 총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게 누구 덕이냐" 며 "JP가 사람 잘못봤다" 고 지적했다.

이완구 총무는 "임동원 장관 해임안 표결에 이어 또다시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몰아 넣는 사태" 라며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국무총리 해임결의안 등을 내면 동조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구체적인 대응 수위와 전략은 JP가 귀국(6일 오후 8시55분)한 뒤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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