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2야 소용돌이] 2야 공조 무르익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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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해임안 처리 때의 위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양당의 4일 분위기만 보면 "그렇다" 는 쪽이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앞으로 자민련과 사안별 공조를 추진하겠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던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성명은 자취를 감췄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자민련이 낸 안건을 소수의견이라고 무시해선 안된다. 자민련의 정치진로에 어려움이 있다면 한나라당이 도와야 할 정치.도의적 책임이 있다" 고 주장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할 것이냐" 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내에선 기존의 '절대불가' 당론보다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자" 는 목소리가 하루 만에 높아졌다.

비슷한 시간에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총무는 "우리 당은 사실 민주당보다 한나라당과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고 박자를 맞췄다. 이어 "대북.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협력하겠다" 며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을 예로 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안별 공조를 넘어 '이회창-JP' 협력구도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가시화할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충청권과 보수층에서 JP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양당이 힘을 합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아직은 "JP는 李총재의 정치력에 의문을 갖고, 李총재는 JP의 변신 가능성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조기 회동은 힘들 것" 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들은 "JP를 끌어안을 경우 당내에서 반발도 적지 않을 것" 이라며 "당분간 자민련의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최상연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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