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 Story] 경제도 '겨울'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 경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업.가계의 투자.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돈을 맡겨두고도 찾아 쓰지 않아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만큼 자금 회전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의미로 내수 침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는 영업기반인 회원 수가 급감하고 있고,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인 건설업계에선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 돈이 안 돈다=은행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9월 21.6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은행에서 찾아간 요구불예금 총액을 예금 평균잔액으로 나눈 수치다. 예금을 자주 찾아 쓰면 찾아간 액수가 커져 회전율이 높아지고 돈을 맡겨 놓고 안 찾아 쓰면 회전율이 낮아진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999년 67회에 달했으나 2001년 이후 40회 아래로 떨어졌다가 올 5월 24.1회로 급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돈을 맡겨두고도 잘 찾아 쓰지 않는 것은 기업이 불확실한 경기상황 때문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시중에 돈이 잘 안 돌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 카드사 영업기반 위축=지난해 이후 회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카드사가 부실 회원을 대거 정리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수 침체로 아예 카드를 쓰지 않는 사람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LG카드의 경우 9월 말 현재 카드 이용 고객수가 932만7000명으로 연초보다 178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삼성카드 회원 수도 60만명이 줄었고 외환카드 역시 8만6000명이 감소했다. 지난 1년간 사용 실적이 없는 외환카드의 휴면카드 회원 수는 올 초 대비 44만6000여명이나 불어났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여러 개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카드를 1~2개로 확 줄이면서 휴면카드가 급증하고 있다"며 "회원 수가 줄면 당장 매출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비용을 다시 들여야 해 카드사로선 이중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이탈이 늘자 카드사들도 휴면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를 쓸 경우 상품권이나 할인권을 보내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 건설업 면허 반납 속출=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면허를 자진 반납한 건수가 24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7건)의 18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28개사에 불과했던 면허 반납업체가 올 상반기에만 1640개사로 불어났다. 연구원은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로는 33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향후 건설경기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데다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영업정지를 피하려는 업체들이 건설업 면허를 자진 반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각종 개발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건설경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황성근.정경민.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