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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라장 “홍콩, 다양한 레퍼토리 연주로 클래식 시장 문턱 낮추고 있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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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일급 오케스트라·연주자는 물론 다양한 수준의 연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의 백화점 같은 곳입니다.”

데뷔 21년을 맞아 5년 만에 홍콩에서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홍콩필)와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미국명 사라 장ㆍ29)씨는 아시아의 문화 허브를 지향하는 홍콩의 잠재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공연장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데다 현지인과 관광객을 모두 겨냥한 다양한 레퍼토리가 클래식 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에서도 홍콩처럼 다양한 수준의 연주를 폭넓게 접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홍콩 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협연한 그를 만났다.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왔는데,이번에 홍콩필과 연주한 소감은.

“홍콩필은 개성이 넘쳤다. 홍콩ㆍ중국ㆍ유럽 등 다양한 배경의 연주자들이 하나의 화음을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역동적이고 힘있는 화음을 만들어냈다. ”

-5년 만에 홍콩을 찾았는데.

“아시아 투어에 당연히 포함됐지만, 11세 때 런던필하모닉과 처음 협연했는데 그때 만났던 바이올리니스트 존 하딩이 지금 홍콩필 악장을 맡고 있는 인연 때문에 더더욱이나 홍콩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꾸준히 발전했다는 평가인데 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나.

“연주활동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30분~1시간씩 아르페지오 연습곡을 반복한다. 재미없는 곡이지만 기본에 해당하기 때문에 빠트리지 않고 연습한다.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때는 하루 6시간 이상 집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 해마다 연주하는 런던·뉴욕·베를린의 관객들은 내가 한 해 전과 비교해 얼마나 성장했나 기대한다. 긴장을 풀 수 없다.”

-슬럼프는 없었나.

“사춘기 때 있었다. 성인 무대에서 활동했지만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춘기였기 때문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최근 아시아에선 문화 한류가 거세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를 실감하나.

“줄리아드에 오는 한국 음악도는 수도 많지만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해 칭찬을 많이 받는다. 연주회에 가면 미국ㆍ유럽은 성인들만 보이는데 한국에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학생이 많다. 한국의 문화적 저력이 그런 데 있다고 본다. 그런 모습에 가슴 찡하고 자랑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내가 정말 한국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연주회장이나 동포들이 많이 찾아주시는데 정말 감사 드린다. 요즘 들어 이런 감정이 더욱 깊어진다.”

-홍콩의 한 고위 외교관이 '사라 장은 한국 문화외교의 고급 자원'이라고 하던데.

“그런 말을 듣게 돼서 정말 기쁘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나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겠나. 무대에 서면 누가 봐도 한국인이다. 겨울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의 황홀한 그 표정 연기를 보면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인만의 문화적 감수성이 있는 것 같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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