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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내주초 방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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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달 3~5일 장쩌민(江澤民.얼굴)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은 양국 관계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래 끊겼던 북.중 정상의 상호 방문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맞선 느슨한 형태의 북한-중국-러시아 삼각 협조체제가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는 뜻도 있다.

◇ 뭘 다루나=정상회담 의제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양자 협력관계로,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규모가 쟁점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수백만달러의 식량.원유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안다" 며 "그러나 북한이 바라는 대규모 경협은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한반도 정세다. 중국은 21세기 국가 전략의 키워드인 '발전' 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이 불가결한 입장인 만큼 남북 대화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이해를 표명할지는 미지수다.

셋째는 국제정세로, 양국은 한 목소리로 미국의 새 미사일방어(MD)계획에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MD를 미국의 패권주의 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의도도 주목거리다. 중국은 상하이(上海)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담을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과시의 장(場)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중국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는 '용중압미(用中壓美)' 의 전술을 펼 가능성이 크다.

◇ '김정일 서울 답방' 계기 되나=정부는 江주석과 金위원장이 남북 대화 재개와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어느 정도 깊숙이 얘기를 나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측이 "9월 江주석 방북 때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적극 권유할 것" (방중했던 이부영 한나라당 총재의 7월 10일 전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생각을 잘 읽고 있는 江주석이 '중국 나름대로의 표현방식' 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진욱(崔鎭旭)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당국회담 기피 등 북한의 일련의 행동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원인" 이라며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앞서 남북회담의 물꼬가 트이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두 정상은 역내 안정을 위한 남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서울 답방 문제는 金위원장의 몫으로 남겨두는 선택을 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영환.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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