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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이슈] 서울 강남 방범용 CCTV 관제센터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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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서울 역삼동에 있는 CCTV 관제센터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CCTV로부터 전달되는 현장 상황을 대형 TV 화면과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최정동 기자

"띠오~띠오~띠오."

지난 9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방범용 CCTV 관제센터.

조용하던 관제센터에 비상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순간 모니터를 응시하던 요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50인치 대형 화면 6개로 만든 전자지도 위에서 비상벨이 울린 지역을 클릭하자 신고지역인 역삼3번 카메라의 영상이 4개 인접 지역의 화면과 함께 커다랗게 떠올랐다.

"한 남성이 비상벨을 누른 여성을 뒤쫓아가고 있습니다. "

"3번 카메라 치우고 4번, 5번 잡으세요. "

여성을 쫓아가는 20대 후반의 남성 모습을 지켜보던 이명정(경위) 관제센터장이 역삼지구대에 곧바로 출동 무전을 보냈다. 5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남성을 붙잡아 해명을 들은 뒤 센터 측에 무전을 쳤다. "오인 신고로 인한 해프닝입니다." 그제서야 모니터 요원들은 10여분간 이어진 긴장감에서 벗어났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은 현재 관내 17개 동에 방범용 CCTV 272대를 설치하고 역삼동 관제센터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관제센터와 CCTV 설치에는 80억원이 투입됐다.

중앙일보는 경찰의 협조를 얻어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관제센터에 들어가 이곳의 숨가쁜 24시간을 취재했다.

첨단 장비를 갖춘 40여평 규모의 관제센터에는 50인치 대형 TV 26대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272개 CCTV가 찍은 영상은 16개 화면으로 분할된 대형 TV에 실시간 전달된다. 모니터 요원들은 자신의 책상 위에서 19인치 모니터 26대를 통해 TV와 똑같은 화면을 직접 검색한다. 또 CCTV 위치를 알려주는 가로.세로 3×1.5m짜리 대형 전자지도는 특정 지역을 클릭하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돼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역삼1동의 경우 100~300m 간격으로 CCTV가 배치돼 있다. CCTV가 사방 100m를 감시할 수 있어 사실상 전 지역이 CCTV의 렌즈 아래 놓여있는 셈이다. CCTV는 고정식이 아니라 상하 좌우 조정이 가능한 회전식으로 화면을 확대하면 수십m 떨어진 행인의 얼굴에 난 점까지 식별할 수 있다.

관제센터 안은 자동 냉온방.방재시설을 마련해 시설을 보호하고 있으며, 특수 제작된 카드키가 있어야만 출입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위협을 느낀 주민이 CCTV 아래에 설치한 비상벨을 누르거나, 관제센터 모니터에 범행 장면이 포착되면 가까운 지구대에 즉시 출동명령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20건 정도의 비상벨이 울리며, 4~5회 정도 출동명령이 내려진다.

CCTV에 찍힌 화면은 열흘 동안 서버에 저장되며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강력.절도 사건 수사 때 단서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찰은 녹화자료의 보관기간을 30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남경찰서 박기륜 서장은 "지난 8월 관제센터 설치 이후 강남 일대의 강력.절도 사건이 40% 정도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방경찰청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CCTV 설치를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서울지역에 운영 중인 방범용 CCTV는 강남 272대를 비롯해 수서 10대, 성북 27대, 동대문 3대, 용산 3대 등 모두 315대다.

주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가정주부 김신윤(39)씨는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얌체족도 범죄와 함께 덩달아 줄었다"며 반겼다. 반면 임남희(25.여)씨는 "범죄예방도 좋지만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손해용.백일현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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