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자금은 ‘숨고르기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3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나 자금 동향으로 볼 때 ‘멀리는 못 갔다’는 게 펀드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특히 증시 주변의 단기 대기 자금으로 머무르거나, 일단 채권형 펀드로 옮겨간 뒤 주식 시장 재진입을 노리는 경우가 상당수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달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한다. 그사이 채권형 펀드로는 3조원, 머니마켓펀드(MMF)로는 8조1000억원가량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과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는 돈인 고객예탁금도 동시에 늘었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 수신은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우증권 오대정 자산배분 연구위원은 “CMA· MMF와 함께 고객예탁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투자심리 자체는 살아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많이 오른 지수가 부담스러워 개별 종목 투자를 노리거나, 지수 하락을 기다려 펀드에 들어가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환매 자금의 ‘회귀’를 점치는 의견도 많다. 저금리에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돈이 마땅히 갈 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IBK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은행의 특판 예금 판매도 연초에 마무리된 데다, MMF도 금리가 연 3%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하락하거나 크게 오를 경우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매 규모도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13조원이 빠져나갔는데 과거 코스피지수 고점 전후로 들어온 자금의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로 유출될 자금은 5조원을 크게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 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