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장밋빛 꿈, SK텔레콤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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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직접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SK텔레콤을 듭니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미래 전망을 계산하지 않는다면 발을 빼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모 증권사 고위간부의 말이다. 이동통신업체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SK텔레콤이지만 주가는 '굴욕' 수준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PCS폰의 대중화로 휴대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SK텔레콤은 '초대박주'로 급부상했다.

98년 12월 말 기준 5만9614원이었던 주가는 이듬해 말에는 40만7000원으로 급등했다. 2000년 10월26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50만700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가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하락세로 반전해 2000년 말에는 '반토막'인 25만3000원으로 주저앉았다. 2001년말에는 26만8000원으로 시즌 종가를 찍기도 했지만 '대세 하락' 속에 지난해 말에는 16만9500원으로 떨어졌다.

최고가와 대비해보면 3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16일 기준 SK텔레콤 주가는 17만4500원이다.

반면 SK텔레콤보다 주가가 더 낮았던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그 사이 수배나 주가가 올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84만8000원이다. 2000년 말에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15만8000원으로 25만원대였던 SK텔레콤에 큰 차이로 뒤처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2000년 당시만 해도 휴대폰 보급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퍼져 있었지만 이미 주가에 그 부분이 반영돼 있는 점을 일반투자자들이 인식하지 못한 채 '묻지마' 투자를 한 게 패착이라고 지적한다.

한 증시 관계자는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반도체나 TV보다는 휴대폰 시장이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신천지로 여겨져 SK텔레콤을 택한 투자자가 많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고 상기했다.

그 당시 SK텔레콤을 샀던 투자자 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직까지 주식을 보유 중인 장기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가총액 14위에 올라 있는 SK텔레콤은 주가 상승기인 최근에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경쟁사와의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SK텔레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NH투자증권은 "SK텔레콤이 올들어 공격적인 신규 가입자 유치를 지속하면서 누적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뒤쳐진 경쟁사의 반격이 예상된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홍식 NH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부터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및 유선전화를 재판매키로 결정함에 따라 마케팅비용 부담이 높아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이런 평가를 근거로 SK텔레콤의 투자의견을 '시장평균'으로 하향시켰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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