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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DOC 6집 'Love & Sex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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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이번 앨범에서는 보컬 김창렬(中)이 전면에 나서고 이하늘(左).정재용은 살짝 힘을 뺐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이히!'라며 전 국민을 관광버스 춤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DJ. DOC. 가요계의 소문난 악동이 4년반 만에 여섯 번째 정규 앨범 'Love & Sex & Happiness'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 5집에서 '새가 날아든다, 온갖 짭새가 날아든다'며 경찰을 비꼬는 등 무차별적인 독설을 뿜었듯이 이번에도 시원스레 쏘아주길 기대한 팬에게 6집은 다소 싱거워 보일지도 모른다. 앨범 제목처럼 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 이하늘은 "(닥치고) 세 번만 들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좋아지게 될 거라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변한 가장 큰 이유는 보컬 김창렬이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기 때문이다. 랩 파트의 이하늘.정재용에 비해 음악적 비중이 적었던 그에게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준 것. 마침 음반을 준비하던 시기에 김창렬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행복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멜로디 위주의 느린 곡이 많아졌네요."

분위기가 확 바뀌긴 했지만 DOC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타이틀곡 '내 손을 잡아줘'는 리드미컬한 발라드. '한(恨)'은 박화요비와 김창렬이 듀엣으로 부른 애절한 발라드.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에 랩을 얹은 뒤 가스펠 느낌이 나도록 리메이크한 것도 독특하다. 원작자인 김도향이 녹음에 직접 참여했다. 옛 색깔은 지난 여름에 발표한 싱글 '돌아보면 청춘' 'One Night' 'Street Life'가 수록되면서 남아 있는 정도다.

네티즌들은 DOC가 "한국형 힙합의 원조네, 아니네"하며 싸우곤 한다. 이번 앨범을 두고도 벌써 "변했네, 아니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우리는 한 번도 힙합을 한다고 말한 적 없어요. 우리 음악은 그때 그때 달라요. 다만 우리 인생은 힙합인 것 같아요. 거칠고 솔직한…."

이경희 기자

***안정된 창법 … 10년 수성의 힘 느껴져

DJ. DOC/Love & Sex & Happiness/BUDA record ★★★☆

박준흠:5집이 망가진 인생을 음악적으로 훌륭하게 그렸다면 6집은 망가지고 있는 DOC 음악을 진부하게 담았다. ‘돌아보면 청춘’ ‘Street Life’가 담긴 지난번 EP도 끝내줬는데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더 망가지기 전에 이하늘이 음악의 중심으로 돌아올 것!

원용민:음반은 있으나 DJ. DOC가 없다. 대중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알고 있는 듯하지만 음반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느낌. DOC의 정체성과 상업성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나?

조성진:10년이 넘는 이들의 굳건한 아성은 고무적이다. 그러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여주는 앨범. 내면적으로 정제되고 창법이나 랩, 그 외 전반적인 섹션도 안정적이다. 재치와 유머를 동반한 채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하는 사운드도 흡인력 있다. 4년간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 남으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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