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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젤웨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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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검은 원피스가 헐렁해 보일 정도로 연약한 몸매, 우아한 걸음걸이, 게다가 영화 '신데렐라 맨' 촬영을 위해 염색했다는 진갈색 머리.

다음달 초순 국내 개봉을 앞둔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열정과 애정'의 로스앤젤레스 기자 회견장에 르네 젤웨거(35.브리짓 존스 역)가 들어오자 장내가 술렁였다. 푸시시한 금발을 쥐어뜯으며, 터질 듯 몸에 꼭 끼는 코르셋을 입고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을 연기해 시사회장을 웃음 바다로 만든 그녀가 아닌가.

"몇 ㎏이나 뺐느냐""다이어트 요령 좀 알려달라"는 질문 공세가 브리짓이 되기 위해 하루 다섯 끼씩 먹어가며 살을 찌웠다는 젤웨거에겐 영 달갑지 않은가 보다.

"어떻게 살을 뺐느냐는 질문은 날씬한 쪽이 더 훌륭하다고 단정짓는 것 같아서 싫어요. 몸무게는 생물학적 특성일 뿐인데. 45㎏이든 65㎏이든 '나는 나'잖아요?"

"전 사실 통통했을 때가 더 좋았어요.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도 '브리짓 몸매'로 멋지게 드레스를 소화했고요. 가슴도 지금보다 훨씬 풍만했고…. 남자들도 더 좋아하던 걸요?"

그럼 살은 왜 뺐느냐고 퉁명스러운 반응이 돌아오자 "제가 힘이 있나요"하고 장난스럽게 한숨짓는다. 새로운 역할에 맞춰 체중도 조절해야 하는 것이 배우라며.

45㎏이든 65㎏이든 '르네=브리짓'인 건 분명하다. 1편 성공 후 거리에 나서면 "브리짓!"하고 말을 걸어오고, 자연인 르네 젤웨거도 브리짓 존스처럼 웃고, 말하고, 노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더란다. 이 때문에 속편을 찍는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비반 키드론 감독은 사람들이 '브리짓'을 보려고 몰려들어 촬영이 곤란할 지경이었다고 거들었다. "어찌나 많이 밀려들던지 의자와 음료수까지 동원되고 거리에 극장을 차린 것 같았죠."

3년 전 젤웨거가 처음으로 브리짓 역을 맡았을 땐 "30대 영국 여성의 자화상을 어떻게 텍사스 출신 여배우가…, 모욕을 당한 기분이다"던 영국인이 이젠 그녀를 '국보' 취급한다는 것이다. 휴 그랜트(대니엘 클레버 역) 역시 "르네는 영국식 영어에 젖어 이젠 미국식 영어가 잘 안 되더라고요"하고 농담을 던졌다.

아카데미.골든글로브상까지 거머쥐었건만 젤웨거는 자신이 스타라는 사실에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연기가 직업일 뿐이며 굉장한 미인도 아닌데, 뭘 먹고 무슨 물건을 사는지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아~ 저도 브리짓처럼 유머 감각이 넘치고 낙천적이면 좋을 텐데요." 영화 속 브리짓은 언제나 고민투성이에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일을 쟁취해내는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 무슨 질문을 해도 "나는 정말 운이 좋다"는 말을 서두로 꺼내는 걸 보면 그녀 역시 낙관주의자처럼 보이건만, 레드 카펫 위에서 하이힐을 신고 카메라 세례를 받을 때마다 안절부절 못하는 것만 브리짓과 비슷하다면서 눈을 찡긋했다.

로스앤젤레스 =구희령 기자

***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는 사랑 잡기서 이번엔 지키기로

유쾌하고 사랑스럽지만 자기 불신에 사로잡힌 30대 미혼 여성이 우여곡절 끝에 통통한 외모를 포함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멋진 남자를 요행히(!) 만났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하지만 남자친구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아야 하고,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 다른 여자들에게서 지켜내야만 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열정과 애정'은 1편에서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라는 근사한 남자친구와 맺어진 '브리짓의 사랑 지키기'가 주된 내용.

르네 젤웨거.콜린 퍼스.휴 그랜트가 속편에서도 주연을 맡아 더욱 맛깔스러워진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단 그랜트의 비중이 전편에 비해 많이 줄어 팬들은 아쉬울 수 있겠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귀에 익은 음악이 적절한 순간 등장해 잔재미를 주는 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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