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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도덕적해이 실태] 주식운용 담당이 개인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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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중은행이 합병 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최근 몇년간 중앙은행과 국책은행은 사실상 개혁의 무풍지대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의하면 한은과 3대 국책은행은 방만한 경영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것 외에도 각종 도덕적 해이현상을 드러냈다.

한은 16건.산은 25건.수출입은 14건.기업은 17건 등의 부당 업무처리가 적발됐다.

◇ 구조조정은 태만, 직원들은 흥청=한국은행은 15개 지점장 관사의 취사.청소 및 세탁 경비까지 예산(용역비)에서 지급해 오다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같은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타당하다" 고 지적했다. 한은은 직원들에게 건강보험기관 부담금과 보건의료비 외에 의료비 보조금으로 5억5백만원을 따로 지급했다.

산은은 정부가 99년 7월 대우그룹 구조조정 발표 후 환매 사태를 막기 위해 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를 금지했으나 다음날 대우채가 편입된 공사채형 수익증권 6백억원을 사들여 37억6천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산은은 집이 있는 직원들에게 3억여원의 주택 구입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은 99년 직원들이 개인 노후복지연금에 가입하는데 5억7백만원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퇴직금 과다 지급, 휴양 콘도미니엄 과다 보유, 섭외성 경비 과다 지출, 대학생 자녀 무상 지원 등은 4개 은행의 공통 지적사항이다.

◇ 업무상 취득 정보로 벤처투자=산은의 은행계정에서 벤처.중소기업의 주식을 운용하고 있는 직원 10명은 은행이 인수한 업체의 주식을 샀다.

산은의 주식 운용 업무규정이 허술한 틈을 이용한 것이다.

산은은 '신탁계정에서 주식을 운용하는 직원' 만 주식투자 행위를 금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업무 수행상 취득한 정보를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주식 담당 직원은 투자행위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고 통보했다.

산은은 또 직원 채용시 '근속연수 20년 이상이거나 직급 1급 이상인 임직원 자녀' 가 공채에 응시했을 때는 가산점을 줬다.

감사원은 "국가유공자처럼 법령이 규정한 경우에만 가산점을 줘야 한다" 고 지적했다. 산은측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관련 규정을 고쳤다" 고 해명했다.

◇ 기관간 힘 겨루기로 비효율 초래=감사원은 금융감독원의 경우 한은이 금융기관의 경영실태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은행의 연체 대출금과 부실 유가증권 보유 현황 자료' 등을 개별 은행의 경영비밀이라는 이유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은도 금감원에 제공할 자료 2백14건 중 37건만 제공했다고 한다. 한은은 시중은행에 금융통화위원회의 범위를 벗어나 근거없는 자료 요청을 남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은행감독정보시스템' 에서 제공되는 은행의 정기 업무보고서까지 한은이 별도의 자료를 요청해 시중은행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강민석.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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