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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쟁투 여론 화살에 멈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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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막말을 일삼던 정치권이 2일 뒤늦게나마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당간부들의 '문제발언' 을 질책했다.

민주당 김원기(金元基)최고위원과 소장파 의원들이 자성론(自省論)을 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답지 못했다" , 한나라당은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 며 고개를 숙였다.

'친일 행각' '사회주의 정책' 으로 격돌했던 여야가 2일 한걸음씩 물러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야 지지도가 함께 떨어지는 등 정치권 전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지도부에선 "역풍을 경계해야 한다" 는 우려가 나왔다. 상대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성명과 논평도 이날에는 부쩍 줄었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당보나 국정홍보 대회에서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 과열 분위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난달 30일자 민주당 당보는 일부 신문을 '반민족적' 신문이라고 공격하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부친의 '친일 의혹' 을 주장했다.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 등도 특정 언론사를 명시하며 공격한 바 있다.

田대변인은 "8월에는 여든 야든 정치 공세를 자제하고 경제.민생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화두로 삼겠다" 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특정 언론사와 지나치게 대립하는 모습은 언론 세무조사의 '정치적 의도' 를 강조하는 야당과 해당 언론사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도부의 우려가 있었다" 고 설명했다. 한나라당도 주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은 "전교조를 '가장 사회주의적인 집단' 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극히 부적절했다" 고 물러섰다.

그러면서 "전교조 활동 전체를 싸잡아 비난한 게 아니다. 전교조가 교육에 관해 여러가지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고 했다.

金의장은 "정부 정책을 사회주의식이라고 표현한 것은 'DJ노믹스' 의 허구성을 지적하려 했기 때문" 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전교조는 우리와 표가 다르다" 며 "색깔 논쟁이 필요하다" 고 공언했었다.

총재실 관계자는 "최근 당의 보수적 색채가 지나치게 드러났다" 며 "당내에선 '공연히 반대 세력을 만드는 이유가 뭐냐' 는 불만이 쏟아진다" 고 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오늘 주요 당직자 회의에선 이분법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개혁.진보 세력을 모두 포괄하는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취하기로 결론냈다" 고 전했다.

최상연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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