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지식인 지도] 자율사상의 국제적 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1968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른바 '68혁명' 은 자율사상 발전의 거대한 용광로였다. 혁명은 이탈리아.스페인.영국.미국.칠레.멕시코.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 지구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새로운 사회운동은 공산당 혹은 사회당 및 그들에 의해 지도되는 노동조합들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60년대 이탈리아 노동자주의 운동에서 출발해 노동거부 전략에 입각한 독특한 자율이론을 발전시켰다.

79년 4월 대탄압 이후 자율운동은 잠복하고 네그리는 망명지 프랑스의 옥중에서 맺은 펠릭스 가타리와의 교분을 발전시키는 한편 미셸 푸코.질 들뢰즈 등의 프랑스 68혁명 사상을 마르크스 사상과 통합하고 마이클 하트.얀 물리에 부탕 등과 함께 '전(前)미래' 지(誌)를 중심으로 사회적 주체성의 재구성을 탐구했다.

그의 영향은 당연하게도 90년대에 사회표면으로 부상한 이탈리아의 자율운동과 그 이론에서 두드러진다. 지금도 확산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회센터' 운동은 네그리의 영향을 받은 '클리나멘' '루오고 코무네' '립프 랍프' 등의 잡지들에 의해 이론적 지원을 얻고 있으며 노동의 변형에 대한 파올로 비르노.프랑코 피페르노.마우리지오 라자라토의 탐구와, 사이버스페이스의 의미에 대한 비포의 탐구를 낳고 있다.

이것은 네그리와 함께 이탈리아 노동자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세르지오 볼로냐의 일관된 '대중 노동자' 연구와 결합되면서 이탈리아를 자율사상의 중심지의 하나로 만들고 있다.

네그리의 사상은 영국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전통을 구축한 계간 『자본과 계급』을 비롯하여 최근 종간된 『커먼센스』에서, 그리고 그 주요 필자들인 존 홀러웨이와 워너 본펠드 등에서 네그리의 영향은 뚜렷이 읽힌다.

보다 전통적인 좌파 평의회운동의 흐름을 이어가는 '전복' '적대' '지양' 등의 잡지도 네그리에 대한 비판적 독해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적 발견물의 핵심인 계급 자율에 대한 깊은 공명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자율사상은 '제로워크' 를 계승한 '미드나잇 노트' (조지 카펜치스.몬티 닐 등)와 해리 클리버.마이클 하트.닉 위데포드, 그리고 조지 카치아피카스 등을 통해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인접한 멕시코에서의 사파티스타 봉기는 미국의 자율사상을 구스타보 에스테바 등 멕시코의 자율사상과, 그리고 원주민 자치를 위한 실천적 투쟁과 긴밀히 연결시키고 있다.

호주에서는 '좌선회(alt. eRed)' 등의 잡지와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스티브 라이트 등이 주목되는데 특히 스티브 라이트는 'Aut-op-sy' 메일 리스트를 운영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자율주의적 국제 지식인들의 광범위한 토론.소통.연대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의 정리는 두드러진 몇몇 사례일 뿐이며 지구 곳곳에서 자율적 사유는 부단히 생성.변형.발전하면서 21세기의 대안적 삶을 예비하고 있다.

조정환 <정치철학연구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